숨 고르기
조계사로 향하는 길에서 춘희는 말수가 줄었다.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회색의 얼굴들 속에서, 아침 공양으로 먹은 콩국수의 따뜻한 감촉이 아직 입안에 남아 있었다. 종교를 떠난 지는 오래였지만, 절을 오가며 느끼는 이 기이한 평온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 호흡이 천천히 고르게 내려가는 감각에 가까웠다.
조계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마당이 분주했다. 관광객과 수행자, 신도들이 뒤섞여 있었고 향 냄새와 도시의 매연이 묘하게 겹쳐 있었다. 원장님은 익숙한 동작으로 합장을 했고, 춘희는 그 옆에서 조용히 따라 했다. 무엇을 비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잠시 멈춰 서는 일이 필요했다.
점심 공양은 소박했지만 정갈했다. 음식은 과하지 않았고, 그 담백함이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했다.
이후 마지막 목적지인 봉은사로 향했다.
우리나라 지하철역 이름이 새겨진 유일한 절이라고 했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절은 어떤 모습일까, 춘희는 문득 궁금해졌다.
봉은사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기울고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절 안은 고요했고, 나무 사이로 바람이 스쳤다. 대웅전은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춘희는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린 뒤 기념품 가게에 들러 필사할 법문집을 몇 권 골랐다.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고 싶었고, 필사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절을 나설 즈음,
몸과 마음이 함께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