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신경과에 입원하는 날 #1>

누가 나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by 숨결

어느 날, 동료 교사가 춘희에게 말했다.

전임 연극 선생님 이순진이 업무 스트레스로 뇌에 혹이 생겼다고.


그때 누군가가 교감을 찾아가 소리쳤다고 했다.

“당신 때문에 이 선생님이 이렇게 된 것 아니냐”라고.


그 말을 들은 날 이후,

춘희의 머릿속에서는 한 문장이 맴돌았다.


전임자의 뇌에 혹?



다음 날 아침,

춘희는 출근하자마자 교감실 문을 두드렸다.


“병가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신경과에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아요.”


말은 담담했지만,

혀끝이 바짝 말라 있었다.



학교 일정을 마친 뒤,

춘희는 1박 2일 짐을 꾸렸다.

속옷, 세면도구, 작은 수첩.


머리가 안갯속을 하염없이 걷는 것 같았다. 전두엽 이마 쪽이 멍했다. 아무래도 사고 회로가 고장 난 듯했다.

최악의 상황에 뇌종양일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고

춘희는 집을 나섰다.


택시 안에서 20년 지기 친구 보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춘희야, 무슨 일 있어?”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


“나… 뇌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신경과 검사하러 가는 중이야.

네가 생각나서.” 말하며 울컥했다.


절박한 순간마다

춘희는 늘 보경을 떠올렸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보호자 연락처를 적으라고 했다.


남편으로 할지,

친정 엄마로 할지.


출산 때도 그랬다.

보호자를 선택하는 일은

항상 이상하게도 마음을 흔들었다.


출장 중인 남편 대신,

한국에 있는 친정 엄마 이름을 적었다.



링거가 팔에 꽂혔다.

문자로 입원 사실을 알리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진이 도착했다.


모닝 차량 앞부분이 전봇대를 들이받은 모습.


“총무랑 통화하다가 사고 남.”


그 한 줄.


춘희는 잠시 멍해졌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늘 중요한 순간마다

어딘가가 어긋나 있었다.



답답해진 춘희는 1층 야외로 내려갔다.


직접 싸 온 커피와

수제 샌드위치를 꺼냈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심히 오갔다.


하늘은 흐렸고

빗방울이 가늘게 흩날렸다.


커피는 고소함보다 쓰게 느껴졌고,

샌드위치는 느끼해

목에 자꾸 걸렸다.


춘희는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 머리에 혹이 있다면,

그건 혹이 아니라

오래 참은 시간의 응어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