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신경과에 입원하는 날> #2

괜찮다는 결과보다 그렇지 않은 마음

by 숨결


오후 시간에 뇌파 검사, 심장검사, 혈액검사, 경사도 검사 등 여러 검사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졌다.

저녁에는 MRI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처음은 아니었지만, 기계 안으로 몸이 밀려 들어갈 때마다 마음은 여전히 낯설게 흔들린다.


젊은 의사는 담백한 목소리로 촬영 과정을 설명했다.

이상하게도 그 건조한 설명이 오히려 안정을 주었다.


17년 전, 자궁암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동네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제일병원으로 향하던 날이 스쳤다.

CT 촬영을 위해 조영제가 주입되던 순간, 몸 안을 타고 흐르던 싸늘한 감각. 이번에는 그때와 다르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다.


머리가 아파서 어느 과를 가야 할지 막막하던 중,

새로 온 기간제 교사가 유명한 교수와 간호과장을 연결해 주었다. 속수무책일 때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손이 나타난다. 그 손길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뇌 질환 관련 보험이 없다.

걱정이 천천히 올라왔다.


춘희는 그 생각을 접어두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외래 진료.

호출 소리를 듣고 담담히 진료실에 들어섰다.


인상 좋은 주치의는 모니터를 살피며 말했다.


“간도 깨끗하고, 뇌 상태도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5년은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안도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번졌다.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그럼 이 브레인 포그는 무엇이지.

병가를 고민할 만큼 힘든데,

이렇게 ‘정상’이면 나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지.


춘희는 깨달았다.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을 바란 적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비련의 장면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만들 줄은 몰랐다.


아프지 않은데 아픈 사람처럼 쉬어야 하는 상태.

병명은 없는데 감각은 무너진 상태.


진료실 문을 나서며

춘희는 처음 알았다.


“멀쩡하다”는 판정이

오히려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조용히 지워버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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