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항우울제 첫 약을 복용한 뒤, 춘희는 일주일 동안 거의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다. 다행히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몸이 약에 적응하는 과정인 듯했다. 하루에 한 끼를 겨우 챙겨 먹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냈다.
휴대폰을 들 만큼 손에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연휴가 끝날 무렵, 기적처럼 몸이 일어났다.
춘희는 출근을 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 기력이 돌아왔다. 다시 학생들을 지도하고, 수업을 하고, 평소처럼 업무를 해냈다.
“항우울제가 이런 거였나.”생각보다 버틸 만했다.
몸과 마음이 밑으로 가라앉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그러나 춘희의 마음은 여전히 괴로웠다. 전에 겪어 보지 못한 학생들의 특성이 이해되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 동안 수많은 학생을 만나 왔다. 어느 정도 교실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춘희는 교육 종합포털 복지센터에서 교직원 마음 건강을 점검하고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또 교권 피해 교원을 위한 심리 지원 상담도 신청했다.
공강 시간에 상담사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괜찮다면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상담을 진행해도 된다고 했다.
춘희는 말했다.
도연 학급의 수업 시간마다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며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이 있다고. 주의를 주면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그 학생 때문에 춘희뿐 아니라 해당 학급의 교과 교사들도 모두 힘들어하고 있었다.
상담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린 학생에게 성격장애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격 장애 성향일 수는 있어요.”
춘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 네… 성격장애…”
한숨이 새어 나왔다.
상담사는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었다.
“대상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 혼란스러우셨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춘희는 깨달았다.
맞다. 이 불편감의 정체는 해석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혼란이었다.
아. 지금 내가 혼란스러운 상태였구나.
자신의 상황을 읽어 주고 해석해 주는 상담사의 말을 듣자 머리가 조금씩 맑아졌다.
엉켜 있던 실을 천천히 잡아당기듯이,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