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조금 불편한 심리상담

“그 일을 당신이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by 숨결

10회기의 전화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상담사의 목소리는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경륜이 묻어나는 톤이었다.


첫 회기에서 상담사는 춘희의 번아웃에 이르게 된 전체적인 배경을 차분히 들었다.


“아…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리고 잠시 후, 평소 흥분하지 않을 것 같던 상담사도 춘희의 사연에 동화되어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도연 선생님은 학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네요.”

잠깐의 침묵 뒤, 상담사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을 춘희 선생님께서 꼭 해야 되는 일이었습니까?” “왜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지요?”


춘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학년부장은 학생 생활지도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춘희는 늘 그 책임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전학교에서 춘희는 생활지도에 솔선수범하지 않은 학년부장을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비난했다. 어찌 보면 누구도 과하게 요구하지 않는데 춘희 스스로 덫에 걸린 것이다. 책임과 통제 욕구 사이에서 홀로 시소를 타고 있었다.


춘희는 한참 동안 답하지 못했다. 책무성에 대한 스스로의 답은 못 찾았고 직책의 책임에 대한 답은 가지고 있는터라 직급의 책임하에서 입을 열었다.


“교실 안에서 조용히 피해를 받는 선한 학생들이 있잖아요. 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게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상담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 대의 말고요.” 그리고 또 한 번, 단호하게 물었다.


“왜 모든 일을 혼자 책임지려 합니까?”“그 일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춘희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 상담사의 질문은 다소 단호했고, 어쩌면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순간, 취조를 받는 기분도 들어 조금은 불쾌했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그 질문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마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가슴 깊이 박혔다.


“그 일을 꼭 해야 했나요?” “그 일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춘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