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에서 상담사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용히 말했다.
“도연 선생님의 학급은… 사실 곪도록 두는 수밖에 없었어요.” 춘희는 상담사의 말을 듣고 숨이 멎었다.
상담사는 말을 이었다. “도연 선생님의 무책임은 개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병적인 수준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하루에 두세 건씩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 상황은 오히려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에서도 시스템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니까요.”
상담사의 말은 단호했다.
“그런데 춘희 선생님은 그걸 계속 혼자 막고 있었어요. 하나씩 해결하면서요.”
춘희는 혼자 머릿속으로 중얼거렸다. 학교는, 행정은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은 거의 없는 곳이야
하지만 지금 대화의 본질은 나를 알아가는 대화이다.
조금 더 가슴으로 내려가서 나 자신을 보자.
춘희는 그제야 깨달았다.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정작 자신의 몸과 정신에 대한 책임은 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왜 내 몸이 무너질 때까지 책임을 붙잡고 있었을까.?” 내가 너무 나 자신을 모르는구나.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존재로서 숨 쉬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보다 해야 할 일 그리고 완벽한 수행, 책임을 인생의 자원 삼아 살아왔구나
춘희는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춘희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멈추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