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시학] 예술 영화를 보는 듯한 소리의 서사

Giya Kancheli – Chiaroscuro

by 숨결

프롤로그 ‘영혼의 기록’


심연에 파고드는 바이올린의 음향.

평생 그리워해 온 바이올린 연주에 대한

갈망과 갈증.


왜 삶의 좌표 위에서

내 영혼의 소리는 늘 묵살당했을까.


나는 언제쯤

영혼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온몸에 근육통이 있다. 나에게 자주 있는 일이다.

나는 이런 날 글을 쓴다.


척추의 마디 하나가 침대 매트리스에 새겨지듯

몸이 멈춰 서면

영혼이 그제야 깨어난다.


요즘 무척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읽고 싶다.

20년 전 내가 읽었던 하루키의 문장과

지금 다시 만나는 하루키의 문장은

아마 다른 밀도로 다가오겠지.


음악과 오래 내외하던 내가

17년의 공백을 지나

정말 오랜만에 클래식 라디오를 켰다.


젊은 날

숨 쉬듯 공기처럼 함께했던

FM 93.1 클래식 음악 채널.


라디오의 좋은 점은

내가 직접 찾지 않았던 음악을

뜻밖에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조지아 작곡가 Giya Kancheli의

「Chiaroscuro for Violin and Orchestra」.

음악이 마치 예술 영화를 보는 듯
장면이 그려진다.

소리의 서사
예술적 질감

배우가 깊은 대사를 치듯
이어지는 현의 울림과
피아노의 사운드

쉼표의 절대적 음악성

길게 이어지는 음표의 숨죽인 명상
그리고
이를 깨우는 팀파니의 절규

칸첼리의 「Chiaroscuro」 역시
그런 음악이었다.

낯선 곡이지만
한 번 들으면 오래 마음에 남는 음악.

조용한 밤이나
차분한 시간에 듣기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