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시학] 리스트 – 화려함 너머의 고백

리스트의 “Inner Confessions

by 숨결


리스트의 “Inner Confessions”는 화려한 기교의 음악이 아니라 깊은 밤의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음악이다.


깊은 밤, 모든 소리가 가라앉은 시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이 음악은 천천히 인간의 내면을 비춘다.


그래서 이 음악은 연주라기보다 한 인간의 고백, 혹은 조용한 기도처럼 들린다.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을 떠올리면 대개 눈부신 피아노 기교와 폭발적인 낭만적 에너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음악 세계에는 그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 화려한 무대의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은 사색의 음악이다.


“Inner Confessions”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 이 음악은 마치 한 인간의 조용한 고백처럼 들린다.




헤르만 헤세의 <밤의 사색>


리스트의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문득 헤르만 헤세의 글이 떠오른다.


인간의 내면을

깊은 밤의 사색 속에서 바라보았던 작가.


“우리는 모두 절망 속에 산다.

그리하여 깨어 있는 사람은

신과 무(無) 사이에서

숨 쉬고 오르내리고 오간다.

목숨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매일같이 솟구치지만

인격과 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무언가에 의해 매번 저지당한다.

(중략)

아름다움을 기뻐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언제나 정신과 감각이 똑같이 관여한다.


출처: 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 중



음악과 책은

일상 속에 묻어두었던

나의 감각과 감정을

조금씩 건져 올려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내어준다.


프레이징과 언어의 리듬 속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