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 즐기는 것도 안 될까요?
이름이 돈을 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더 가치를 인정받고, 더 높은 수입을 얻는다. 신기하게도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고 최고의 대가를 받지는 못한다. 이상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다.
가만히 연예인의 출연료를 생각해보라. 출연료의 기준이 가창력이던가? 아니다. 노래를 좀 못해도 대중의 인기를 얻는 가수가 훨씬 출연료를 많이 받는다. 실력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기, 곧 이름값이다. 왜냐하면 이름값은 곧 상품으로 전환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공평하지는 않지만 욕망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정직하다.
이름값을 유식하게 이야기하면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 상징이 된다. 원래의 의미를 의식적으로 개발하고 확장시킨 결과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잡으면서 형성된 고유한 이미지이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예로 들어보자. 나이키는 스포츠계의 큰손이다. 많은 프로 선수들이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며 광고 모델로 활동한다. 브랜드 초기에 나이키는 그들을 통해서 ‘승리’를 이야기하며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어느 정도 스포츠계를 평정하고 난 후에는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며 대중들에게 직접 운동을 할 것을 권유했다. 덕분에 나이키는 대중들과 가장 친근한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기업들은 브랜드를 가지고 싶어 한다. 브랜드가 있으면 같은 제품을 팔아도 비싸게 팔 수 있으며, 든든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실수도 용납해줄 뿐만 아니라 ‘묻지마 소비’로 기업을 기쁘게 한다.
기업만 그럴까. 개인들에게도 브랜드는 중요하다. 수입 면에서도 그렇고, 인지도에서도 그렇다. 브랜드를 가진 개인은 스타가 된다. 연예인 부럽지 않다. 대중 미디어 시대에는 TV나 라디오와 같은 공중파 매체에 출연할 수 있는 일부 연예인들만 스타가 될 수 있었지만 SNS시대에는 평범한 일반인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서 퍼스널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니 브랜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가성비를 위해서라도 유명해져야 한다.
최근에는 SNS를 이용해서 유명해지고, 돈도 벌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유튜버 1세대들 중에서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수입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유튜브 시장은 급속도로 클 수 있었다.
시장이 커졌지만 유튜버로 인기를 얻고, 전업으로 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어 유튜브도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초보 유튜버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에서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은 극소수다.
처음에는 야심찬 생각을 가지고 뛰어들지만 유튜브를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적표를 받아보면 더 이상 할 기력을 잃는 게 사실이다. 영상 제작과 편집은 생각보다 훨씬 강도 높은 노동과 시간 투자를 요구한다.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나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해도 1주일에 1편 이상 만들기 힘들다.
올린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순식간에 인기를 얻으며 구독자를 늘려준다면 힘들더라도 해볼만 하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볼거리가 너무 많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간택되기란 정말로 어렵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1년 이상 투자하고도 아무 소득이 없다면 그 누구라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나도 유튜브를 한다.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내용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구독자 수가 늘지 않는다.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네티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독자 수가 30명일 때 영상 하나가 갑자기 역주행을 했다. 알고리즘을 탄 것이다. 하루에 수십 명씩 구독자가 늘었다. 10만 구독자를 기대했지만 망상으로 끝났다. 노출의 약발은 오래 가지 않았다.
유튜브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유튜브로 돈 벌려면 평범해서는 힘들다. 영상이 재미있거나, 다루는 분야가 희소가치가 있거나, 일상에 아주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거나 .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등 돈 버는 쪽에 빠삭하면 좋다. 아, 본인이 유명한 연예인이면 예외다.
유튜브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은 다른 SNS로 돌아왔다. 인스타그램은 나와 상성이 맞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왠지 불편하고 어색해서 포기. 남은 건 블로그뿐이다. 그런데 블로그는 영화 리뷰가 위주라 퍼스널 브랜드 육성 기반으로는 실격이다. 아무리 애를 써 봐야 영화평론가들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
개점휴업 상태로 먼지가 쌓여 있는 브런치로 돌아왔다. 이곳이라면 그나마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가 좀 없어도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것 같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지난 세월의 시간들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 집을 단장했다. 새로운 글쓰기 소재로 연재를 시작했다. 브런치가 필승의 마무리 투수가 되어 주면 좋겠지만 아무리 봐도 만만치 않다. 오랜만에 긴 호흡의 글을 쓰고 있노라니 생각보다 힘이 든다. 짧은 글만 쓰던 부작용이 심하다. 원래 하루에 한 편을 쓰려고 했는데 퇴고와 수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누구는 글을 쓰면서 퇴고를 모른다던데.
무엇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다시 무거워지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이러면 안 되는데’를 연발하면서도 막지 못하고 있다. 첫 습작소설도 재미가 없어서 망했는데 브런치 에세이마저 같은 이유로 망할 수는 없다. 흑.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때 젊은 사람들이 부럽다. ‘재미’라는 건 억지로 짜낸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일상 속에서,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한다. 이런 사실을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사랑도, 일도 더 진솔하고, 뜨겁게 파고들었을 텐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심한 듯 하면서도 가슴 깊이 스며드는 듯한 글도 좋아하고,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의 투명하고 맑은 감성을 품은 글도 좋아한다. 흠. 그 글들을 읽을 때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책장을 덮는 순간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이것 참, 모자란 재능이 웬수다.
사람은 자신이 못하는 걸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기에 좋아한다. 농구를 좋아했지만 잘하지는 못했던 내가 NBA 선수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고 싶었지만 잘 쓰지 못하기에 짧은 글로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고 한동안 멍하게 만드는 놀라운 필력을 가진 작가를 보면 부럽기만 하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정말 좋아하는 문인 중 한 명이다. 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언제 읽어도 아련하고 가슴이 찌르르해진다. 이토록 짧은 글로 어떻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감성을 느끼게 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마지막 연을 잠시 음미해 보자.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더라고.
나는 지금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가고 있다. 내 앞에 펼쳐진 두 갈래 길 중 사람들의 흔적이 별로 없는 길이었지만 굳이 그 길을 선택했다.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좀더 높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따금 사람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충동적이고 감성적이니까. 나의 선택으로 내 인생과 나를 아는 사람들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나의 글을 읽은 독자들의 인생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프롤로그를 쓸 때만 해도 역시나 야심찬 목표를 세웠더랬다. 그래.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팬사인회를 하고, 2쇄를 찍고, 강연도 들어오면 거절할까? 말까? 떡 줄 사람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혼자 광란의 상상에 의식을 맡긴 채 질주를 했더랬다.
7회를 쓰는 동안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2쇄는 무슨. 원래 생각했던 대로 완주나 가능할까. 글이 수월하게 나가지 않으니 마른 행주를 쥐어 짜는 느낌이다. 가볍게 왈츠를 추듯 톡톡 키보드를 찍으면서 바람결처럼 경쾌하게 나가는 글을 원했는데 지금은 한없이 무거운 군무가 되어 버렸다.
브런치를 썼으니 브런치를 즐기는 정도로 만족하면 어떨까. 그 정도면 가성비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키보드 위를 뛰노는 손가락 끝도 가벼워진 느낌이다. 진작 이럴 걸 그랬나? 역시 목표는 허황되기 보다는 SMART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