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한때는 갑이었거든요?> Part 1-4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by 마인드 오프너

다양한 질문에 똑같은 대답


의뢰인들과 회의를 하면 “글을 너무 잘 쓰신다”며 분에 넘치는 찬사를 해주는 분들이 있다. 찬사 뒤에는 이따금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이 따른다. 학부모인 경우가 많다. 이해한다. 아이를 대학교 보내려면 부모는 별걸 다 알아야 한다. 질문은 다양하지만 결국 원하는 건 한 가지다.


“글을 잘 쓰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칭찬은 기분 좋지만 질문은 부담스럽다.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닥치는 대로 읽고, 쓰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한결같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답하면 모범답안이 아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거 말고 전문가답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해법을 알려달라는 건데.


대답을 해줘도 안 한 것보다 못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요새는 그냥 씨익 웃어 넘긴다.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라는 도피성 발언과 함께.




작가도 쓸 때마다 고뇌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직장인들조차 “너무 어려워서 글을 쓸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없는데 어떻게 직장 생활이 가능한 걸까?


직장 생활은 말보다 글이 먼저다. 결재 서류는 물론 기획안, 제안서 등도 모두 글로 작성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직장인들도 글을 잘 써야 한다. 어렵다고 포기하면 곤란하다.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면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다.


일반인들이 전업작가처럼 상상력과 감성이 필요한 글을 쓸 필요는 없다. 말의 앞뒤가 맞고, 문법적 오류가 없으며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면 된다. 이 정도도 못한다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려워서 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최소한 지칠 때까지 해 보고나서 하는 게 순서 아닐까.


유명한 작가들도 매번 글을 생각대로 쓰지는 못한다. 그들도 글쓰기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글쓰기의 공포를 경험하고 잘 알고 있다. 그들이 키보드나 원고지 앞에서 텅 빈 여백을 채우지 못해 절망하는 공포와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 나온 소설이나 에세이는 모두 그러한 공포와 좌절을 딛고 일어선 결과물이다.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글을 쓰는 게 항상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이따금 글을 쓰는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야 어렵다고 느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글쓰기가 어렵다고 고민할 필요 없는 셈이다.




엉터리 전문가들도 많다


일 때문에 외부 전문가들에게 원고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도 전문가 나름이다. 사회에서의 지위와 타이틀만 보고 원고를 의뢰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심심치 않았다. 대학교 교수인데도 정작 원고를 받아보면 개판인 경우가 있었다. 교정 과정에서 아예 글을 새로 쓰다시피 하는 상황도 있었다.(교수 자신이 바빠서 학부생들을 시켰던 걸까?)


분야별로 보면 프리랜서들이 글을 가장 잘 쓴다. 컬럼니스트,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전직 기자들의 글은 빈틈이 별로 없다.


교수들은 책을 내 보거나, 칼럼을 써본 이들이 잘 쓴다. 최근에 글을 의뢰했던 모 대학교 교수는 유학파였는데 피드백도 빠르고, 원고도 시원시원하게 잘 쓰는 스타일이라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연구원들은 글은 잘 쓰는데 재미가 없다. 보고서나 논문을 주로 써서일까? 논리적이지만 딱딱해서 대중들이 읽고 싶은 글은 아니다.


최근에는 블로그나 SNS를 운영하는 개인들이 많아지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글을 쓰는 이들이 많다. 예술공연을 본 후기를 요청하면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본인의 감성이 잘 녹아 있는, 깔끔한 글을 보내온다.


이제 자칭타칭 전문가라면 최소한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써야 한다. 대중들 가운데에도 글쓰기,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못하면 대중들은 외면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타이틀만 가지고 날로 먹는 전문가는 살아남기 힘들다.




품질은 나중 문제고 일단 쓰자


우리는 작가나 전문가가 아니다. 글을 쓰면서 대중에게 보여주거나, 평가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부담감이 없다. 글을 쓰고 안 쓰고는 오로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글쓰기는 쉽다. 정말 쉽다. 믿어지지 않는가? 따라해보라. 필기구를 쥐거나, 모니터 앞에 앉아라. 준비는 끝났다. 이제 필기구를 움직이거나, 키보드를 두드려라. 마음 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써라. 단어와 조사를 써라. 폼을 내고 싶으면 부사나 형용사를 첨가하라.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었는가? 축하한다. 일단 글의 기초를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의 문장은 다른 문장과 연계하여 글쓴이의 사상과 감정을 나타낸다. 처음 쓴 문장에 더해서 다른 문장을 써본다. 앞문장과 전혀 다른 의미를 담으면 안 된다. 문장과 문장이 하나의 주제를 지향해야 한다. 이런 문장들이 모이면 단락이 된다. 단락들을 이어 놓으면 하나의 글이 된다. 쉽지 않은가.


아, 물론 여러분이 쓴 글을 나중에 읽어보면 가관일 것이다. 도저히 남을 보여주지 못할 수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뭐 어때서? 글의 품질은 나중 문제다. 어찌되었거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글을 쓰지 않았는가. 그걸로 일단 만족하자.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처음에는 비공개로 여행, 일상, 직장 생활 등을 소재로 닥치는 대로 글을 써보자. 누가 볼 글도 아니니 내 마음대로 쓰면 그만이다. 누가 본다는 부담감은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본인의 글 수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객관적으로 확인받고 싶을 것이다. 좋은 자세다. 글은 혼자만 쓰면 쉽게 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 중 그 글을 보여줘도 감정적으로 상처받지 않을 사람들(친구, 아내,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라. 상대가 부정적인 평가를 해도 마음 상할 필요 없다. 오히려 감사하고, 그들이 그렇게 말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나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내 글의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조언을 참고해서 첨삭과 교정을 해 본 후 원래 글과 비교해 보라. 글이 많이 좋아진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작업보다 준비 작업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필기구를 놀리면 글은 나온다. 이 무식한 방법을 좀더 요령껏, 효과적으로 하고 싶다면 준비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


글쓰기의 수준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의 양에 절대적으로 비례한다. 그러므로 평소에 글쓰기에 필요한 지식들을 머리 속에 가능한 한 넣어야 한다. 지식은 텍스트 형태인 책과 무형의 경험으로 얻을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대개 유식하다. 글쓰는 작업이 건축과 동일한 과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완성된 원고는 하나의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은 맨손으로 지을 수 없다. 설계도대로 건물을 지을 시멘트, 벽돌, 자갈, 나무, 전선 등의 건축 재료가 필요하다. 글에서 각 문장의 기초단위인 어휘와 예화, 상식 등은 건축 재료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의미는 글이라는 건물을 세울 때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것이다. 재료가 풍부하니 생각나는 대로 척척 갖다 쓸 수 있어서 짓는 속도도 빠르다.


아는 게 없으면 글을 쓰기 어렵다. 설계도가 아무리 좋아도 갖다 쓸 건축 재료가 없는데 무슨 건물을 짓는다는 말인가. 혹시 본인이 키보드 앞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문장 하나를 쓰지 못한다면 어휘력을 비롯한 지식 수준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영어에서도 한 문단에서 같은 단어를 두 번 쓰지 않는다. 같은 뜻이나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단어를 사용하거나 표현을 달리한다. 서양이나 우리나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비슷하다.


글 재료를 습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책이 으뜸이다. 책은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못 쓰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책을 안 읽고서 글을 잘 쓰는 경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우리나라의 평균 독서량은 해마다 쭉쭉 떨어지고 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55.7%만 책을 읽는다고 답했으며, 연간 평균 독서량은 9.4권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절반 가량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며, 그나마 읽는 사람들도 1달에 1권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어렵고, 제대로 쓸 수 없는 이유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다.




이익을 기대한다면 투자를 해야지


주식시장에서 손해보는 개미 투자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매번 돈을 잃으면서도 주식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거나, 한다 해도 지엽적인 기술 분석에만 골몰한다. 돈을 잃고 나서 다시는 주식을 안 한다고 맹세하고도 누군가 좋은 정보라고 흘려주면 바람같이 주식시장으로 달려간다.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금리, 채권, 인플레는 기본이다. 해외 경제, 최신 경제 시사, 투자 기업, 원자재 시세 등도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 공부는 끝이 없다. 투자의 귀신인 워런 버핏도 날마다 하루 두 시간씩 책을 보고, 신문과 잡지를 읽는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해도 손해 볼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인데 공부는 전혀 안 하고 돈만 따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글쓰기도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기대 이익) 반드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글쓰기 재료를 책에서 끊임없이 공급하고,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과 사상에 대해 비판하고, 나름대로 분석해 보라.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다.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할수록 여러분은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한편에서는 재료를 공급하는 공장을 가동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글이라는 제품을 만들어라. 자꾸 쓰라는 말이다. 품질은 나중이다. 쓰고 쓰고 또 써라. 가능하다면 당신의 글에 의견을 줄 수 있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첨삭 과정을 거쳐라.


신입 기자들은 수습 기간에 작성한 기사를 선배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검열이 끝난 기사는 온통 빨간 펜 투성이로 민망할 정도다. 최고의 글쓰기 전문가들조차 처음에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생초보인 여러분은 말할 것도 없다.


자꾸 쓰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빨간색은 사라지고, 본인의 글만 남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때까지 멈추지 않고 쓰는 것이다. 작가는 되지 못한다 해도 어디 가서 글 못 쓴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노력을 더하면 여러분의 이름을 건 책도 출판할 지도 모른다. 믿지 못하겠다고? 이 글을 쓰는 필자가 그렇게 지속한 결과 지금까지 변변찮은 글로도 밥 먹고 살고 있으니 믿어도 좋다. 장담한다.

이전 04화<저도 한때는 갑이었거든요?> Part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