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랑한다는 것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by 오르니



3달 전부터 키우게 된 아기 고양이 하늘이는 그새 무럭무럭 자랐고, 예쁘고 건강한 어린이 고양이가 되었다. 어린이가 된 하늘이는 전부터 공격성도 제법 늘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친다. 일주일 동안 하루에 3-4시간씩 얕은 잠을 자며 회사일에 녹초가 되어 돌아온 날이면, 아주 가끔 하늘이가 밉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다. 그리고 나면 몰려오는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너를 싫어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기분이 든다.

사실 버거울 수도 있고, 미울 수도 있는 건데, 왜 나는 이런 감정이 시한폭탄 같을까. 한 순간이라도 이 생명체를 사랑한다고 느끼지 않으면 죄인이 된 거 같을까.


곰곰이 곱씹어보니 내가 자꾸 하늘이를 보며 자꾸만 하늘이에게 나를, 나에게 엄마를 투영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나는 엄마가 나를 억지로 키우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엄마의 매일이 너무 고통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 존재가 엄마의 고통일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미 낳아놨으니 갖다 버릴 순 없는데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후회는 하고 있지 않을까 불안했다. 엄마가 나를 싫어할까 봐 두려웠던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은 결국 내가 하늘이를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려운 현재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다 며칠 전 이 이야기에 대해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가끔 미워할 수도 있다고. 어떻게 맨날 좋으냐고. 그래도 결국은 사랑하지 않냐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내가 미처 몰랐다. 상처도 주고, 기쁨도 주고, 눈물도 주고, 감동도 주며 결국은 사랑한다는 것을.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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