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남길 거야
2014년 4월, 모든 만남에 이별을 뗄 수 없는 사람인 내게 가장 무모한 도전이었던 네가 찾아왔어. 시장 한복판 박스 안 흰색 솜뭉치들 사이에서 혼자 반짝반짝 윤기 나는 갈색 털을 가진 너를 보았지. 긴 학다리로 혼자 유난히 삐져나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주저앉는데도 또 일어나서 걷고, 넘어지고를 반복하는 너를 지나칠 수 없었어. 그래서 대책 없이 그리고 계획 없이 박스 채 너를 집에 데려오게 됐어.
눈이 참 예쁜 너는 부지런히 자랐어. 다리도 점점 길쭉길쭉 자라는데, 얼굴은 어릴 때만큼 작아서, 다른 집 푸들보다도 유난히 예뻤지. 너는 옆 집 아이보다 참 열심히 뛰는 아이였고, 잘 짖고, 잠귀는 밝았고, 식탐이 많았지. 너를 1년만 빨리 만났더라도, 수의학과에 지원했을 텐데, 나는 아직도 그게 좀 아쉽더라고. 너는 우리를 웃게 했고, 움직이게 했고, 울게 했고, 아프게 했어. 어느 날은 네가 참 미웠고, 어느 날은 너 때문에 속상해서 많이 울었지. 그런데도 너는 나를, 눈만 뜨면 네가 밥을 먹었는지, 물은 마셨는지, 똥은 쌌는지, 오줌 패드는 갈았는지부터 챙기는 사람으로 만들었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다가도 뒤돌아서 내 무릎에 턱을 괴고 자는 너를 보면, 나는 온 마음으로 너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곤 했지. 누군가 나에게 세상에 딱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누나는 보리 너를 남길 거야.
나는 수도 없이 너와의 이별을 예상하고, 예상하고, 예상했다고 생각했어. 너를 보내줄 때가 되면, 양껏 아파하고 충분히 그리워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줘야지, 라고 생각했어. 이별이 없는 만남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너와의 이별도 잘 해내야지.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먼 훗날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난 후에, 너를 떠올리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길, 너의 사진을 숨어서 꺼내보지 않길 바랐어.
그런데 보리야. 누나는 조금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가 봐. 네가 아프다니까, 네가 그리고 영영 아플 수도 있다고 하니까, 마음이 조각조각 무너져. 너는 말을 할 수 없는데, 혹시 네가 그동안 암흑 속에서 지냈던 건 아닐까, 암흑 속에서도 누나가 오면 온 몸이 부서져라 반겨줬던 건 아닐까, 많이 무서웠으면 어떡하나, 그런 것들이 많이 걱정돼.
오 킬로그램, 이렇게 작은 네가 아픈데, 나한테는 온 우주가 무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