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니 Dec 10. 2022

인간의 마음은 갑각류

2022년은 나에게 '탈피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올해는 유난히 여러 일이 많았다. 가장 친했던 친구를 잃었고, 소중한 반려견이 의료사고를 당했다. 아기 고양이가 집으로 찾아왔고, 부모님을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증오했다. 전셋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내몰렸고, 은행 대출에 허덕였다. 1년에 이사를 2번이나 하고, 회사에서 부서를 옮겼다. 몇 년 만에 연애를 했으나,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도저히 입에 밥이 넘어가지 않아 인생에서 최저 몸무게를 찍었고, 약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올해 나에게 있었던 불행한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열거하는 것이 지금은 머쓱하고 민망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일이 두려웠고, 내가 무슨 힘으로 걸어가고 있는 건 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못된 말인 걸 알지만, 이렇게 눈을 감고 죽어도 하등 아쉬울 게 없다고 느껴졌다. 모든 일이 흘러간 지금, 친구들과 나의 2022년은 책으로 써도 되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나는 많이 건강해졌고, 행복해졌다.



출처: tvN '알쓸신잡2'




사실 성장과 발전을 논하기엔 여전히 나의 삶에는 결핍과 구멍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언컨대 2022년 12월의 나는 2021년 12월의 나보다 분명히 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3-4년 간 끝이 보이지 않던 우울과 무기력에 매몰되던 나는, 올해 그 바닥을 찍었다. 2022년이 나에게 바로 그 '탈피의 시간'이 아니었나, 쑥스럽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끝나지 않는 바닥은 결단코 없다. 당신은 자라고 있고, 그 연약한 살 위에 단단한 껍질이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