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8

2017.03.22 Wed

by 오르니





발렌시아에 다녀오던 날까지만 해도 날이 참 따뜻하고 좋았는데, 거짓말처럼 어제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제법 사나운 봄비가 내렸다. 나갈 일이 없어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창 밖을 적시는 빗줄기 소리가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 것은, 내 마음이 1cm만큼 아주 조금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17359250_1269847236428244_372086864339387897_o_1269847236428244.jpg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것이, 그때의 내가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던 것도 같다.




여행을 다녀오고 또다시 게으른 일상이 흘러갔지만, 이렇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며 이것저것을 하다 보니 해가 뜨고 해가 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이어리를 정리하려는 데 볼펜 잉크가 나오지 않아 새 잉크를 갈아 끼웠다. 왜인지 그 일이 참 즐겁기도 하고 반가웠는데, 그 이유는 어쩌면 나에게 펜을 다 쓴다는 것이 단지 잉크의 고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 적어 내려 간다는 것은 참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다. 글을 적고, 할 일을 적고, 생각을 적고, 지나간 추억을 기록하는 일이 주는 기쁨은 내가 살아가며 얻는 소소한 즐거움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잉크의 고갈은 그동안 내가 누려 온 소소한 즐거움의 반증 같기도 해 행복했다. 오늘은 볼펜 잉크를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기분 좋게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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