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4 Mon
오늘 하늘 구름이 참 예뻐 서랍에서 카메라를 꺼내 두 어장 사진을 남겼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한 시간 만에 어울리지 않은 회색 구름 한 덩이가 해를 가리더니 4분 정도 짤막한 소나기가 이 고요한 마을을 훑고 지나갔다. 놀라 침대에 걸터앉아 창문으로 손을 뻗어 내리는 물줄기를 손으로, 그리고 팔으로 맞자 훅- 하고 비 냄새가 들어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비를 참 싫어했다. 사소한 이유였다. 외출을 할 때 젖는 옷과 신발이 싫었고, 기껏해야 손이 두 개밖에 없는데 우산으로 한 손을 내줘야 하는 게 싫었고, 긴 생머리가 습기로 눅눅하게 머리에 달라붙어 거울 속 모습이 못나 보이는 게 싫었고, 그 못난 모습으로 하루 온종일 바쁘게 지내야 하는 게 싫었다. 그리고 그냥 어둑한 하늘이 싫었다. 공기에 가득한 물방울이 시야를 탁하게 만드는 게 싫었다. 그런데 외출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우산으로 한 손을 내줄 필요도 없고, 거울 볼 일도 없고, 그래서 못난 내 모습을 마주할 필요도 없고, 하루를 바쁘게 보낼 일도 없는 지금 이 순간이, 회색 구름이 반갑고 좋아 오늘 내린 비가 참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이라는 것은 참 별거 없다. 잠시 나뭇잎 아래로 벤치로 까치와 함께 몸을 숨긴 할머니 한 분과,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과, 맛이 썩 좋은 커피 한 잔이 함께한 오늘 하루가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기나길게 마음속 가득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