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의 암흑 여행

우리 다시는 여행가지 말자!

by 오르니




보리가 눈이 안보이기 시작하고 우리가 가장 후회했던 것 중 하나는 보리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었다. 3년 전쯤 보리를 데리고 속초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발이 빠져 놀라던 모습, 아빠 품에 안겨 속초 시장을 구경하던 모습, 강아지 펜션 수영장에서 태어나서 처음 구명조끼를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던 그 건강하던 모습을 찍어둔 사진을 지금까지 구경만 했던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 그래서 언니와 어렵게 휴가를 맞춰 보리를 데리고 강아지 펜션을 다녀왔다.







하지만 좋은 데 가서, 좋은 거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러 다녀오자는 나의 의도와는 달리, 보리는 내내 몹시 불안해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그 익숙한 집에서도 쉬지 않고 부딪히고 걸리고 넘어지는 아인데, 낯선 환경에선 오죽했을까. 심지어 다른 강아지가 보이지 않아 치고 갔다가 물릴 뻔하기까지 했다. 하루 종일 잠 한 숨도 들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안아달라고만 보채는 걸 보며, 엄마와 나는 ‘다시는 여행 오기 어렵겠다.’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 눈에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게 온전히 내 입장이었을 뿐, 아기에게는 공포였을텐데, 나는 아픈 아이를 이해하기에 여전히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반려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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