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된 정동진 해안단구 탐방로
강릉 바다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미지의 해변 구간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분단 이후 60여 년 동안 베일에 감춰졌다 오랜만에 공개된 신비의 바닷길이다. 관람객들은 해안 산책로 따라 훼손되지 않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부채길은 해안가를 따라 부채꼴 모양의 절벽이 불쑥 솟아오른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벽 표면의 지층은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그 규모가 굉장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국내 최장거리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를 따라 난 탐방로가 바로 바다부채길이다.
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부터 심곡항까지 해안가 따라 2.86km 거리로 이뤄졌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어 트레킹보다는 여유로운 산책길에 가깝다. 옥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동해가 발 아래로 너울지고, 웅장한 기암괴석이 세찬 바람을 막아줘 겨울에도 아늑하다.
바다부채길로 향하기 위해선 울창한 숲길을 지나야 한다. 숲속을 거닐다 보면 바다냄새가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펼쳐진 수평선에 가슴 깊은 감동이 올라온다. 해변으로 내려가면 작은 돌멩이들이 뒤구르며 청량한 파도소리로 여행자를 반긴다.
해변에선 본격적으로 바다부채길이 펼쳐진다. 철재와 목재 데크 위에서 발 아래 솟구치는 파도를 느끼며 걷다 보면 이 길만의 매력이 온전히 느껴진다. 수평선엔 몽글몽글 하얀 구름이 맞닿아 있고, 파도가 만들어낸 조각품인 기암괴석들이 길을 수놓는다.
바위들은 여행자 뒤를 봐주듯 듬직하게 늘어서 있다. 절벽에 위태롭게 뿌리 박고 서 있는 나무들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나무 위에 작은 소망을 넌지시 올려놓으면 바람이 그 소망을 싣고 푸른 바다를 넘어 하늘까지 날려 보내준다. 바다부채길은 높고 낮은 계단들이 계속되지만, 휴식할 만한 벤치와 전망대가 곳곳에 많아 남녀노소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