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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기암괴석 옆 해변 데크
-강릉 바다부채길

50여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된 정동진 해안단구 탐방로

by 오로지오롯이

강릉 바다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미지의 해변 구간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분단 이후 60여 년 동안 베일에 감춰졌다 오랜만에 공개된 신비의 바닷길이다. 관람객들은 해안 산책로 따라 훼손되지 않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부채길은 해안가를 따라 부채꼴 모양의 절벽이 불쑥 솟아오른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벽 표면의 지층은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그 규모가 굉장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국내 최장거리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를 따라 난 탐방로가 바로 바다부채길이다.


3.jpg ◇ 강릉 바다부채길의 명소, 부채바위


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부터 심곡항까지 해안가 따라 2.86km 거리로 이뤄졌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어 트레킹보다는 여유로운 산책길에 가깝다. 옥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동해가 발 아래로 너울지고, 웅장한 기암괴석이 세찬 바람을 막아줘 겨울에도 아늑하다.


4.jpg 강릉 바다부채길 정동진 출발 지점, 숲길을 지나야 바다부채길에 닿는다.


바다부채길로 향하기 위해선 울창한 숲길을 지나야 한다. 숲속을 거닐다 보면 바다냄새가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펼쳐진 수평선에 가슴 깊은 감동이 올라온다. 해변으로 내려가면 작은 돌멩이들이 뒤구르며 청량한 파도소리로 여행자를 반긴다.


해변에선 본격적으로 바다부채길이 펼쳐진다. 철재와 목재 데크 위에서 발 아래 솟구치는 파도를 느끼며 걷다 보면 이 길만의 매력이 온전히 느껴진다. 수평선엔 몽글몽글 하얀 구름이 맞닿아 있고, 파도가 만들어낸 조각품인 기암괴석들이 길을 수놓는다.


바위들은 여행자 뒤를 봐주듯 듬직하게 늘어서 있다. 절벽에 위태롭게 뿌리 박고 서 있는 나무들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나무 위에 작은 소망을 넌지시 올려놓으면 바람이 그 소망을 싣고 푸른 바다를 넘어 하늘까지 날려 보내준다. 바다부채길은 높고 낮은 계단들이 계속되지만, 휴식할 만한 벤치와 전망대가 곳곳에 많아 남녀노소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


5.jpg ◇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황홀한 경험이 가능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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