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들이 수상해
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볼 때 시간, 요일을 굳이 기억하지 않는다. 사실 다시 보고 싶은 것은 VOD로 바로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 '요즘 것들이 수상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보려고 봤던 건 아니고 우연히 다른 채널을 틀거나 가족들이 잠깐 켜놨을 때 한 두 번 보게 됐는데, 거기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이 소위 '요즘 것들' 젊은이들이다. 좋은 대학 나와 좋은 회사까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대학 졸업해서 열심히 돈을 벌며 직장생활을 하고 적당한 때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에 책임을 다해야 하니 또다시 열심히 직장에서 월급을 따박따박 받아오는 게 삶의 표본인 것처럼 배워온 나 같은 세대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정말 기발하고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 것들'이 이 프로그램에 주인공이다.
그래서 가끔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 주엔 '한복 디자이너 김단하'씨가 등장했다. 함께 출연한 시각장애 유튜버 김한솔 씨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었지만 내 앞길 단속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직 허둥대고 있어서인지 단하 디자이너의 스토리가 먼저 기억이 났다.
단하 디자이너는 원래 카지노에서 일했다고 했다. 한 3년 정도라고 했었나? 그러다 문득 이렇게 일만 하는 것보다 자신이 그동안 관심을 두고 있었던 한복이라는 것을 한 번만 배워보자 생각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매듭공예를 하셨던 환경도 있지만 해외여행을 나가면 한복을 좋아해서 꼭 챙겨가 입고 다녔다고 했다. 카지노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긴 했지만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돌아와도 늦지 않는다 생각해서 모험을 한다.
그리고 한복의 문외한이었던 그녀는 2~3년 동안 한복의 원단, 박음질부터 시작해 이미 한복을 접했던 옆의 수강생들보다 몇 배로 더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이후 본인의 한복을 만들었는데 우연히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 단하 디자이너의 한복이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해외 각국에서 주문이 들어왔다고 했다. 인터뷰 중에 자신의 로또 운을 다 쓴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걸 보니 정말 즐거운 시간을 톡톡히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젊은 나이에 자신이 관심을 가진 것을 하기위해 지금 안정된 삶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 그럴 수 있는 상황, 그리고 맺은 좋은 결과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조금 많이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나 또한 모든 걸 버린 상태에서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위해 2~3년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친구의 스토리를 보며 20년의 월급쟁이 생활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겠다 선포한 지 2~3개월 차에 조금씩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좀 우스웠다.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20~30대에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반짝반짝한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원하는게 확실하고, 차근차근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가는지 어찌나 빨리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가는지 정말 신기하다.
이제 신기함에서 벗어나 나 또한 그들과 발맞추어 발전할 수 있도록 무던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