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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20. 2024

멜론 생채, 요리도 창작이니까

발명왕, 이화옥 여사

스물 넷.

남들은 졸업과 동시 발령, 생기로운 '신규교사'로 향기를 품고 다닐 나이.

미쳤다고 공부란 게 다시 하고 싶어 늘그막히 두 번째 대학을 다니느라 바빴다.

그때 그 시절.

아메리카노가 무엇인지... 알게 뭔가. 믹스 두 봉에 알커피를 섞어 진하게 말아 먹으며 도서관에 쳐박!

뭐 그런 나이가 내게 스물 넷이다.


SBS 박소현의 러브게임 라디오방송 관계자로부터 당시 고가의 치즈케이크를 선물 받았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면한 적 없는 나를 부르며 축하를 건네 던 소현씨, 롱 타임 노씨. 아니.

우린 100% NO SEE잖어?

그녀도 벌써 50대 겠군요.

한참 언니같더니 같이늙어가, 음마! 웬...



아무튼, 케이크.


케익이라면 느끼한 버터크림에서 이제 막 갈아타, 생크림 케이크의 신세계, 겨우 맛만 봤던 시절.

치즈케익이란 내게 워낙 생경해서 맛은 물론, 모양새도 머리로는 감히 추측불가였다. 갸우뚱.


맛과 모양을 함께 상상하기 어렵기론 치즈케이크 못지 않았던 (잠시 웃고가지 않을수가 있나. 아이고~~ 기어이 눈물도 난다)


문제의  '멜론생채'를 소재로 라디오 사연을 보냈다. 보낼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ㅋㅋ

시도 시간이 남으면 여가생활? 뭐 그런 명목으로 글을 쓰고 있었나 본데, 수준이라 봤자 경험을 나열하는 데에 그치는 정도였을텐데.. 그럼에도 특템 쌩유아닌가.



서울 부자들은 동네슈퍼나 재래시장, 마트가 아닌. 백화점이란 곳에서도 장을 본다? 향수도 옷도 아니옵고, 식품을 구입한다니. 위화감, 박탈감 정도만 느끼고 말지. 마냥 신박하다 싶어 덩달아 소비를 해 봤다. 걸음만은 '나도 이 동네 살아~' 느낌으로 들어선 곳, 강남 신O계.


강릉가는 고속버스 표 부터 사두고, 죄다 비싸다 싶으면 "정이 넘치는 두유" 있음 그거라도 한 박스 사가자는 마음으로 입장.



남들이 하면 나도 하자! 베블런 효과에 이끌리듯 알바비를 탈탈 털어 당시 보기 드문 노란 멜론을 호기롭게 사간 덕분에 노란 치즈케익도 먹어 본 셈이랄까. 사연인즉 그렇다.


이미지 출처. 다음포털 검색이미지
(띵도옹~~ )

할머니이~ 나왔슈!




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

강남언니들이 먹는 거라 그런지, 시크한 블랙도 아닌 것이 희한하게 고급져 보이는 건 느낌이리라. 과일킬러라 생일 선물마저도 애인에게 과일을 요구하던 나인데.

연두색이라면 모를까, 나역시 입에 대 본 경험 전무한! 몹시 세련된 노란멜론을 사서 간 거다.


 "이거 아주 구하기 힘든거다. 너무 맛있다(?). 꼭 맛보라."는 생색만 급히 던지고 아빠의 병실 간병 이모님과 바톤터치를  하기 바빠 그녀석의 배를 갈라 볼 순 없었다. 그렇게 내 기억속, 부자체험 정도로 간단히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서너 시간이 지났나?

매번 병원 밥 맛도 없을 텐데 입맛 돋우려 노각생채 좀 만들어 왔다며 나의 할미가 내 놓은 반찬.


다름 아닌

멜. 론. 생. 채.


돌겠다.


이미지 출처. 핸디쿡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망고씨의 정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대학시절 남자 친구 부모님 앞에서  과일은 제가 잘 깎는다~ 호호대며 기어이 망고를 요절내 즙으로 대접해야 했던 것처럼.



인간의 무지란.. 종종 계획에도 없던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


그 덕에 세상 모든 만물은

어떻게든 쓰임 받나 보다.




내게

ab슬라이더가 그렇다.


시아버님께서는 분명, 다니시는 건강원에서  받으셨다며 내게 "칼국수 할 때"  쓰라셨다. 칼국수라..  


기구의 소재가 살짝궁 의심을 불러 왔어도..신뢰란 상호관계의 기본이라는 마인드로 밀가루 반죽을 미친 듯이 밀었다.

나름 밀긴... 민 거다. (너도 참..  열심히다;;)




바닥을 밀든, 반죽을 밀든, 쓰임은 정확히 받은 아이가 바로 저 것.

저 놈의 슬라이더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북클럽 멤버들과의 톡방에서도 한 차례 회자된 바 있었고,

당시에도 차마 부끄러워 "뭐, 이걸로 (호호) 칼국수 반죽을 미는 사람은 없겠죠?" 라며 너스레를 떨진 않았다.

나는 그녀들'만'이 인정해주는 근육맘마, 오로시니깐!!


그저 도도하게 "어깨, 코어운동을 위해" 쓰임 받도록 굳이ㅠ  상세설명까지 덧붙인 나. 

그녀들이 보고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자. 언니들! ~~ 암쏘쏘리!




징한 인연,

그 녀석을 다시 마주한 건..

름아닌 PT 센터에서 였다.



오늘따라 피부가좋아보여 선호해오던  이 조명, 으스스하다.



슬라이더 손잡이 보다 더 무서운 건 아마도 저..

무릎매트가 아닌가 싶다.


닭모가지가 잘리기 전 "여기 누워!" 라며 가로로 놓인 도마 같달까?

주리를 틀고자 자리한 죄인의 나무의자.. 뭐 그런.



두둥~

AB슬라이더 앞에 무릎을 꿇는다.

AC... 슬쩍 간지를 잃고 만다.


!

보나 마나 "턱부터 찍고 만세"부르겠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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