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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22. 2024

내가 "개"가 되는 순간

개  중의 개, 나는 충견이다

주로 토요일 9시, 10시.

 타임 필라테스를 한다. 21년도부터 줄곧 그래왔다.


가까운 미래에도 이미.. 예약된 루틴♡


10시 25분쯤이 되면 매번 사알~ 후회가 몰려 오지만, 10시 48분경 정리 스트레칭으로 호흡이 가다듬어질 테고.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기어 나올 때면

성취감이란.. 말도 못 하다.


목표한 대학에 합격한 고3 수험생들의

그것에 견주어도 나쁘지 않을 터. 과한가?

:)


자고로 "오버"란 나 같은 성향 아줌마들전유물이 아니던가.



9시  타임. 

대개 밤새 비축해 에너지가 발휘되어 기어이 파이팅 넘치는 데다가~ 필테 4  차, 꽤 안정적인 자세 덕인지 (어머.. 미쳐.. 내 입으로.. ㅋ)

강사님은 자주 " !" 내지 "그러춰어~~!!"를 번갈아 날리시.


그걸 받아 채는 나? 

전신거울이 곧 깨지기를 기대하는 양, 

거울 속 구석구석에 격려와 자찬을 쏜다.

흠.

... 좀 멋진가?




아홉 시,

50분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한잔과 믹스 커피  사탕을 하나 깐다.

출처. MJ코리아, 판매처이미지

저 둘 중, 무슨 맛을 집을지는 어쩜 매주 고민을 거듭한다. 이게 뭐라고ㅋㅋ


전 타임엔 가뿐하게 하던 자세도 10시부터는 new 진동버전인가 싶게..

이건 뭐..  센터가 춥지도 않은데 주로 떤다.

하체라면 허벅지살이 요동치고, 상체의 경우 오한이 왔나 싶게 말이지.



8명 정원,

4년째 운동메이트인 OO님과 ◇◇님을 제외하고는 부끄러울  없는 '오롯한 남남'인데.

덜덜 댄다고 쪽을 팔리 만무하다. 내 성격에 뭣이 중헌데.

해를 거듭하니 필라테스에서 만난 인연들은 진동버전을 기꺼이 이해하는 찐 운동메이트 사이가 되었다


다만, 강사님의 루틴을 예상하고 있는 우수회원으로서 기대에 부응하려.. 평소라면 케냐 AA가 서운할까 싶어 손에도 안 댈만한 커피사탕?  먹. 는. 다.

그래도 당 섭취를 해두는 게 맞다.



자, 윤미님!


먼저 해보세요~라거나 한 번 보여주세요~라는 말도 없는 편이시다.

애제자를 향한 눈빛 한번 쏘고, 부름을 받으면?

나는 기어이  꽃 되고야 만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우리 강사님에게 농도 짙은 인사이트를 준 게 확실하다.


이 시가 이리도 실천적이던가!


그녀는 자꾸..

이름만 냅다 불러 댄다.


자, 윤미님!


자, 윤미님?


자아~~~ 윤미~님!



가끔 내가 '최윤미'인지 '자윤미'인지 헷갈릴 만큼

그녀의 멘트란 3년이 넘도록 한결같고, 그럴 때마다 나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처럼 정성을 다해 자세시범에 쓰임 받는다.


필라테스 두 번째 타임.

내가 개가 되는 순간! 

왈왈.


내가 어딜 가서..  이런 역할을 해내겠 싶게

뿌듯함에 몸서리치며 은근 시범을 즐기는  보면

나야말로 진정 운동을 잘하고 싶은 [욕망부자] 맞지 싶다.


이쯤 읽다 보면.

4년 차가 되었고, 스스럼없이 본인의 역할도 맡겨 가며..

두 번째 타임에 수시로 이름을 불러대는 그녀/

우리 꽤나 친밀하지 싶을 테지만?


내가 그녀와 나눠 본 대화라곤


안녕하세요/  애쓰셨습니다(자평인가ㅋ)

정도가 내 것이고,


네, 안녕히 가세요/
자 윤미님,
자 윤미님,  
자.. 윤미니임~~~

정도가 그녀의 것이란 말이다.



충견은 얼마 전 용기 내어 그간 규칙처럼 건네 온

  가지 대화 이외의 것을 시도했다.


어디 안 가실 거죠?(갑자기?)
네?
이번 주..  재등록 시기라..
아~~~~~~네에~^  ^


4년째 서먹한 상대에게 떠날지 말지

받아내는 짧은 절차가 필요했던 이유?


아마도 이거 아닌가 싶어 이제야 웃음이 난다.

인정욕구




한 살, 두 살

나이는 먹어가고, 나의 현재 위치를 조망해 보곤 한다. 종종 메타인지란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은 물론, 자기 인생에 대한 예의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위치?

집에선 주로 파리(애석하게도.. Paris 말고 fly요) 날리는 음식점 주방장 마냥..  호응은 안 좋아도 요리를 거르긴 어려워, 꾸역꾸역 억지로 해 아내, 그리고 엄마.


학교에선 아무리 좋은 부장, 괜찮은 교사라 인정받아도 사회적 페르소마란 나만 걸치고 있는 건 아닌지라... 저게 겉치레인지 그들의 객관적 평가인지는 가늠이 어렵다.



내가 애정하는 1) 바렐, 2)캐포머만! 사진 3장 그룹올리기는 영~~간지 감소라 :(     2장 첨부가 마침 낫다


그런 나를

바렐, 체어, 캐포머 할  없이 기꺼이 시범조로 사용하는 그녀의 속내라면?


그래도 저 정도의 자세라면 강사를 대신해

나머지 회원들이  참고해서 수업받아도 괜.찮.아.서 아닐까? 감히 쓰임의 출처를 추측만 해 본다.


이 점이 재등록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보면

인정욕구는 주로 가정과 일터 못지않게

운동센터에서 발휘되는 게 나로구나 ~  싶다.




'' 하고 싶다.

필라테스건, 웨이트건 흉내만 슬쩍슬쩍 내기보다는

제대로 배워서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고 다.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기인한 게 아니라 다행 아닌가? 그보다는  하루하루 어제의 나보다 미세하게나마 성장하고 싶은 속마음을 들키고 나니.


공부를 그렇게 했어야지.. ㅋㅋ

라는 자기반성에 본의 아니게 닿기도 한다.



40대 아줌마는? 쓰임 받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누구라도 진심으로 엄지 척을 올려 준다면 동기란 이미 충족된 셈.



* 내 글에 온전한 마음으로 울고 웃는 독자 1인.

** 내 운동에 그렇지! 그거지! 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전문강사 1인.


[한 사람]이면 되.었.다.


그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글을  자~알 쓰고 싶어 진다.

운동을 제대로 하고 싶어 진다.


이게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심!

아닐까?


개 좀 되면 어떤가?

종종 사람보다 개가 더 나은 세상인데!


사진출처. 픽사베이무료이미지, 개인갤러리,

룩*필라테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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