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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25. 2024

조울증 환자가 선배인 그녀의 눈물

웃기는 부장의 속사정


부장님, 왜 이렇게 웃겨요?




00년생 옆, 99(학번이 아니더라..)라니!

그 옆자리의 94년생 로희조차 아마도 저 아이가

막내지 싶게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나도 함께 숨은 쉬었을 1994년과 이후의 시간.

낯선 해에 세상 빛을 처음 봤다는 핏덩이들을 '모시고' 새 학기를 맞이할 생각에 내가 좀 많이

들떴던 게 분명하다.


어머.

이게 뭐라고 설레~~~




신규발령을 받던 해, 회식 자리에서

우리가 남몰래 "규식이형"이라고 불렀던

조교장 선생님께서는


"나는 하루 시작할 때 우리 최선생  한 번 보면

그 날 참 기분이 좋아!"

라고 하셨다.

그런걸 보면 나도 나름 당시선배들에겐 상큼했을까?홀로 웃는다.


그렇게 발령동기와 나.

매일 8:15분이면 2층 복도 끝에서 어색하게

만나 교장실로 비자발적 문안인사를 다니다보니

지금도 아침을 함께  맞는 사이로 산다.

규식이형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탓이라고 하면 좋을지는.

답은 있고 쓰진 않겠다. 허허.



그래,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생기롭던.

라떼는 마음 속으로만 마시고,  애기들 앞에서

연신 격려와 말 장난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어쩜, 요즘 신규들은 리액션도 좋아!

수능에 뭐 "반응유희" 이런 게 생겼나 싶게 상대의 입담에 사이드메뉴를 적절하게 대령한다.


주로 일년 내내 이렇게
up되어 있으세요? 깔.깔.깔


오호라~  몹시 당차다  :)


뭐 욕일수도 있고, 최상위 리액션일수도 있으나..

2024년을 함께할 동료기에, 전자라 친다.





아~~  2월만 그래!
걱정마. 내가 기복이 좀 있는데
2월 한 달 딱 조증이고,
3월 이후 내~~~내~~
 아마  보래야 볼 수 없을 거야.

쭈~~~욱 '울증' 상태로 버티거든.


출처. 픽사베이, 조울증자가진단테스트




진심, 농담.

반반인데 참을걸 그랬다. ㅠ

나를 바라보는 00년생 눈빛이 심상치 않다.


뭐지? 급기야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아차! 싶다가도 금세 갸..뚱.




이서야! 너 왜 우니?
나 괜찮아~~




현장 흘러가는 모양새가 심상찮아..

임용을 볼 지, 수능을 다시  지.

도대체 뭐가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어 힘들었을테다.


고민에 밤낮을 설치다 힘겹게 이 자리까지 와서.. 가까스로 용기 내 보려던 예쁜 신규선생님.


지난 7월을 떠올리고, 9월 4일을 전 후 했던 선배들의 절규를 나의 우울감과 연결지었던 거다.

이해한다.


오해지만, 오해가 아닐 수도 있을 후배의 눈물에

마음이 사뭇 무거워졌다.




재미있어. 진짜 그래!

나쁜 사람보단 좋은 사람이 훨씬 많고. 우리 이서쌤이 어딜가도 비슷해.
지금은 잘 이해가 안 갈거야.  나도 그랬고.

그리고 쌤의 두려움과 불안에.. 누구도 그러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지.

모든 건 자기 선택이니까.

그치만..분명한 건
좋은 동료, 괜찮은 학부모, 그리고
예쁜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거.

그들의 존재가 꽤 단단하게
우리의 불안에 동행해 줄거야.

이서, 울지마.
내가 2월에 실컷 웃겨줄게 :)



그렇게 그녀를 한 번 안아주고

우리는 비가 오는 거리를 함께 되짚어 왔다.

올 한 해, 예기치 않게 그녀의 교실에.. 마음에.. 세찬 비가 퍼 붓는 순간이 올지라도

그날과 같이 나는 이서의 손을 잡아  거다.


나의 선배들이 외면했던 시간과 달리.

그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순간과 같이.

그렇게!


명예롭거나 화려한 선배는 못 되어도

유쾌하거나 따뜻한 선배는 되어주기로

나만 혼자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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