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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26. 2024

종교는 없어도 기도는 합니다.

제발 하루만 무탈하라는 단기 기도



편지지가 없다.

이유가 되기 하찮다.

아침이면 만날 이들을 위해 지나간 날짜의

다이어리 한 장을 미련없이 찢는다.

지체없이 매번 곁을 내어 주고, 준비된 마냥

건네 주던 다정함의 결과다.

지나간 날들에, 아직 남은 온기에 최소한의 감사를

전하는 방식이 이렇다.


앞 뒤 맞을리 없는 생각이지만.

내가 이렇게 오늘 하루, 이 새벽을 맞이하면

왠지 오늘은 무탈하지 않을까하고 기대도 해본다.


남이 내게 건네던 다정함을

나도 남에게 건네고 살면 그렇지 않은 일상보다

조금 더 나을 거라는 믿음.


오늘 아이가 마주할 병원의 수많은 어른들이.

그곳에서 마주할 세상이. 그래도 전보다는 한결

괜찮은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나는 종종 아이에 대해서만큼은

막연하지만 간절한 기도를 올리곤 한다.


무탈하라. 오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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