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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28. 2024

교사에게 2월이란 OOO

몸도 뛰고 가슴도 뛰는 시기, 2월

3월 4일. 일주일 남짓.

충분하기도 부족하기도 하다.


'아이들 맞이'로만.. 온전히 시간 할애하기도

바쁜 시기인데. 시간! 그거 좀 있고 싶다ㅠ



2024. 2. 27. 09:00

문화예술 강사 면접만 장작 3시간이 꼬박 소요됐다. (이것도 아이들 위함이지 easy  easy.. 되뇌며 웃어 버리자)


12:00

 새로운 학년 선생님들과 그래도 밥은

같이 먹자는 마음으로, 마지막 면접자 퇴장과 동시에 쌈채정식 집으로 뛴다. 가서 먹을 수 있는 게 있기나 한가! 는 자문하지 않는다.


차 한잔 함께 나눌 여유도 부려 보질 못 하고

막내 선생님이 건네준 먹지도 못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감사히 받아 들고 또 뛴다. 이래서 뜀박질 어플을 깐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교사에게 2월은 이래저래 뜀박질이라며 달리기어플을 깔라는 친구 유머를 이토록 진지하게 받아들인 나.


남은 면접자를 만나고, 이제 아이들 이름 좀 들여다보자니


에라이~~!  부장회의 소집이다.



교육과정에 맞도록 머리를 싸매도 수 십 명을 결코 만족시킬 수 없어 넉 다운된 이 죽일 놈의 시간표. 대략 기와 강사 수업시기를 모든 학년, 모든 학기 최종확인 드리고 이젠 제발 끝내자는 마음으로 터진 입이지만 최대한 상냥히 C부리기 시작한다.

그럼 니가 하든지! 뭐 이런 건 드라마니까♡

(우리 집엔 티비가 없어서 실감 나는 연기까진

무리지 싶다:)


그만 장황하고 싶으나 한 고비 넘으면 산이 끝나나. 예산사용 잔소리를 에둘렀다~ 말았다~ 하며 올해는 부디 멍 메우지 않게 해 주소서! 당부와 굽신거림을 반복한다.


IC.  내 통장엔 단 돈 100 만원도 없구먼..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액수를 주무르자니 연간 빚쟁이로 둔갑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업무부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후 발언이라면.


부장님들~~ 다 못하겠다고 하시는 분들 위해 며칠 죽다 살아났는데요... 이쯤이면 이거 다.. 제 손 떠났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렇게 굽신댈거면
내시로 태어날걸 그랬나ㅋ)


휴~ 샤우팅없이!..  잘했다♡자찬.




떠난 거 맞다. 나의 업무, 나의 학급이 아닌 기타 등등의 일들.. 떠난 거 맞나? 

왠지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이 불길함은 뭘까. 




내 교실, 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니 새롭다.

분명 한참 전에 이사를 떠나온 듯한데, 이제야 앉나 싶어..

어쨌거나  고르고 물 한 잔 하려는 순간.


엄마~




앗! 4시.

톤터치 시간이구나.

아이가 왔다.

허허.


급한 것들만 대충 발송해 두고,

학급명부, 교육자료, 자잘한 공문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아이를 태우고 줌 연수에 입장했다. 내가 하고 싶던 일을 그제야 하는 기분으로 앰배서더 활동 개요에 연신 맞장구를 쳐가며.. 영어전담도 따로 있는 담임이 어째서.. 

손으로는 운전, 마음으로는 연간 구상, 이미 시작됐다. 올 한 해 우리 반 아이들 '영어 부수기'를 위한 구상에 돌입한 건 결국ㅠㅅ 퇴근길이지만 피곤함이 묘연해지고, 이제 좀 생기가 돌려나 보다. 몸만 좀 편안해지면 잘 되리라. 제발.

쓰러진 지도 모르고 쓰러져 잤나 보다.


어김없이 다시 이 시간이 왔다.



이럴시간이 어딨 냐고 자문하는 새벽일수록 책을 편다. 역시나 작가는 의도했을 리 없는 인사이트는 자발적으로 챙긴다.


 남들은 별나다, 사악하다, 긴장하는 게 좋을 거라며 우리 반을 걱정하지만.

그래! 브링리가 ''를 즐긴 것처럼.


나도 '예외'가 될 거다.


아이들로  인해 기대하고, 혼란을 겪고, 

동시에 설레리라.

그래!

아이들도 나를 만나 설레도록 돕겠다.


우리가 쇼라고 부르는 이런 특별 전시회에서 근무하는 것을 대부분의 동료들은 꺼린다.
너무 서커스 같아.
누군가가 투덜거린다. 쇼를 경비한다는 것은 서로를 밀치거나 구시렁대면서 몰려드는 끝없는 관람객 무리를 관리하는 것인데 이건 대개 위엄 있는 분위기에 익숙한 B구역 경비원들에게는 악몽 같은 이야기다.

나는 예외다.

특별전시회에서 나누 전시실 안의 에너지,
작품이 종종 기대이상이거나 혼란스러울 때 나오는 반응들. 청색시대(피카소의 활동 기간 중 심한 우울증기)라고 외치듯 속삭이는 사람들에게서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나는 대장에게 내키는 만큼 나를 특별전에 배치해 달라고 말한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 그는 수락했고 그렇게 4개월 남짓한 기간에 200시간은 거뜬히 피카소의 드넓은 머릿속을 누비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 브링리 작품 중, 6장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일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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