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요지를 종종 잃는 엄마
100명의 청중도 전하지 못하는 긴장감
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 서서 1시간 50분을 강의해도,
학기 초 30여 명의 학부모들로 하여금 부릅뜬 관심을 한 몸에 받아도 그다지 긴장이랄 게 없다.
그런데 이곳
대학병원 진료실은 어쩜 이리
내 머릿속에 멍 때림과 견줄만한 망각을 선물하는지!
13년 전 아버지의 보호자로 곁을 지킬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딸의 자리와 엄마의 자리가 같을 리 없다만. 뭐 이렇게까지..
윤재하 님! 생년월일이요~?
음...
꽤 자주 내가 23시간 진통 끝에 이 아일
낳았던 역사적인 날도 잊어버리곤 한다.
14년. 11월, 앗! 아니요
18년. 8월이요.
수술 전 진짜 진짜 마지막 검사다.
꼼꼼하기도 하지.
번호표뒤에 꼼꼼히도 4가지 질문거리를
빼곡히 적어뒀다. 역시 에니어그램 6번이 맞다.
꼼
꼼
은 개뿔..
메모를 뭣하러 손에 꼭 쥐고
또다시 사경을 헤매나! 왜 그러니 정말.
적고도 횡설수설...
질문의 요지가 뭐죠?
헉. 질문의 요지라..
이런 걸 내가 놓치기도 하는구나.
크게 심호흡하고는 다시 짧고 간결하게 묻는다.
네. 이해했어요. 절반은 일주일 내로
재수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절반이라..
두 번째, 세 번째 질문도
새 하얘진 나의 뇌를 통과할 줄 모르는데
첫 번째 답변에서 이미 멘탈이 조각났다.
에라이.
나의 (?) 선택을 믿고,
너의 용기를 응원하다 보면
이런 긴장감들이
봄햇살에 얼음 녹듯 찬찬히 녹아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