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와 매일 이별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안하다보다 좋은 말.

by orosi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멈추기가 불가능해요.
하지만 아이에 대한 부모의 죄책감은
멈출 수 있어요.
우리는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게 아니에요. 자녀에게 부모로서 뭔가 해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자기 책망 때문이죠.
우리가 괜찮은 부모인지는 간단한 생각으로 알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하나요?
좋은 부모는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사랑한다'는 인사를 건네죠.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
웨인 다이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기본은 과연 무엇일까?



사브작독서모임의 지난주 첫 번째 발제였다.

똘끼 있게 내 던져 내가 만든 <워킹맘독서모임>이 이제 저리도 멋진 이름도 갖췄다.

2022, 작년 하반기 내가 제일 잘한 일로 꼽는다.

불금 9:30분이면 얼굴을 맞대고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떠날 줄을 모르는 상큼한 여자들!

애정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마틸다에서 아역배우 하신비가 참 상큼하게도 부르던 노래를 나는 요즘 딸아이와

눈만 마주치면 내지르듯 함께 부른다.

약속이나 한 듯.

약간의 똘. 끼.

번역 한번 끝내준다.

무례. 버릇없음. 장난기..

뭐 하나 입에 착! 귀에 착 달라붙질 못하는데


똘끼라니.

적절하기 짝이 없다^^

누구에게나 적당히 필요한 미래사회역량(큭)

저걸 왜 교육과정에 넣질 않았나들!




질문의 요지를 종종 잃는(이전 글) 나는


오늘 글쓰기를 하며

글의 요지까지 잃고 있다.

요즘 난 잘 잊고 잘 잃고 산다.




아무튼 양육//


아이를 기른다는 것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대신해주지 않는 용기.



독서모임에서 내가 전한 대답이었다.



너무도 많은 부모들이 무의식적으로

친절과 세심함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무능하도록 돕는다. 내가 교실에서 만나온 아이들이 많이들 그랬다.


스스로 해볼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에게

'요즘 애들은' '넌 어쩜'이라며

비난까지 일삼는다. 어른들이 그렇다.

도대체!

아이가 걸음마를 익힐 때

대신 걸어주니 되더라.라는 육아비법이라도 있는 건지.



누워만 있던 아이가

호떡 뒤집듯 어느 날 후다닥 방바닥을 마주하고,

미는 건지 기는 건지 신기하게도 신체제어 기능을 갖추더니..

걷는다.


모두 혼자 해낸 일이다.


이제는 뛰기까지 하는 아이가

영유아시절 걷게 되기까지의

노력이나 시도만큼?

이보다 더 하기 어려울 과제는 또 뭐냔 말이다.




제 손으로 밥 퍼먹기?

(한 숟갈이라도 더먹이고 싶은 마음은 부모의 것이죠)

학교까지 가방 들어주기?

(어깨를 다친 게 아닌 걸 보면 큰 키... 를 향한 응원인가요)

내일 입을 옷 세팅해 두기

(중요한 선택을 해보기 전에 소소한 선택을 연습해 볼 필요가 있진 않은지)

보여주기도 전에 알림장을 펼쳐 아이의 다음날을 내(부모)가 준비하고 있진 않은지..





아이가 1학년 입학을 하던 해

나도 하필 1학년 담임을 맡았다.

민원의 소지를 이유로 극구 거부했던 건데

아무도 1학년에 방과 후업무를 맡으려고 들 안 한다며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다음 해는 1학년을 달래도 안 주고, 인생 참 녹록지 않네)


2021년 한 해

다시 한번 남의 새끼만 키우는 대역죄인이 될 만큼 열성을 다했었다. 아이들은 내가 믿어주는 만큼 자랐고, 부모들은 기대와 응원을 듬뿍도 담아주셨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을 보내다 보니

동학년 선생님(딸의 담임이자 같은 학년 동료)께서 조심스레 귀띔을 해주신다.


쌤, 기본준비물이...
재이만 없어요.


뜨악!



오늘 아침 미처 색네임펜을 못 챙겨 와 당황한 "우리 반" 아이에겐..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쩍 교사용을 얹어주었지. 친절하게도.



엄마 요즘 너무 바쁘잖아.
없을 땐 기꺼이 빌려주는 친구들이
몇 있어. 그리고 <삐약이 엄마> 이 책 표지는 검정 네임펜만으로도 다 색칠이 되거든.


좋아하는 책 표지를 꾸미는 활동이었나 보다.

마음이 살짝 아렸다.

아픈 동생과 바쁜 엄마 곁에서 본인기준에 맞게 그럭저럭 자라고 있는 아이라 미안함과 고마움에 감정이 요동친다.

아무리..

스스로할 수 있는 일은 부모가 대신해주지 않는다는게 나의 육아철학이라지만,

이건 좀..


흔들리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최대한 밝게 말했다.


너 진짜~
센스 있다.

비결이 뭐야?
엄마 피는 아닌 거 같고^^

그래도 재이야,
혹시 엄마가 같이 챙겨야 할 것들이 생기면 그때그때 얘기해 줘. 꼭 필요한데 네 힘으로 준비할 수 없는 것들도 있잖아.




엄마가 미안해. 에고 내가 깜박했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선생님이 빌려주셨어? 어떡하니, 내 딸..


뭐 이런 말들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사랑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간단하게라도 답장을 받는 부족하지만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었다.




물론


칠판이 잘 안 보여. 글씨가 작은가?
맨 뒷자리라 그런가 봐.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이 중요한 멘트마저 흘려듣다 보니ㅠㅅㅠ

병원에 갔을 땐 이미 0.4 0.5를 찍고 말았다.


안경을 함께 고르며 이번엔 좀 미안해졌다.

따뜻하기만 해선 될 일이 아닌가 보다.


엄마가 바빠 자리를 비운 교실에선 주로 리딩을 하거나 시간에 맞춰 스스로 화상을 했다.
도치맘이라 제법 안경쓴모습도 귀엽긴 하다만.. 7시40분이면 남들보다 한시간이나 빨리 엄마따라 학교에가서는 우리반 아이들이 올까싶어 연구실에서 등교시간까지 제 할 일을 하다 간다.
일이 많은 날은 고봉X김밥이 최고지/ 우리반애들물 챙기며 왜 저녀석 물을 자꾸잊어서 포스트잍 민원을 얻나요ㅎㅎ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버려 두세요. 기다려주세요.


우리 지금

아이와 매일같이 이별하는 중이란 거 기억하세요.


홀로 서고 잘 살도록

연습할 기회를 듬뿍 주는 거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