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똑같은 엄마랍니다.
엄마라는 자리, 교사라는 직업
또 편지야?
김영란법 몰라? 이것밖엔 드릴 게 없잖아.
3월 내내 우리 재하 등원 못 하니까..
중간에 가면 재하도 낯설고,
선생님도 적응하셔야 하니 힘드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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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재하상황을 알려드려야.
종식이라는 표현도 맞지 않지만
'코로나로 인한'이라는 사유가 더 이상 교육현장엔 유효하지 않아 보이는 3월이 다가온다.
덕분에 유치원오리엔테이션이라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 호사를 다 누리네.
교사라는 직업의 단점이라면,
내 아이의 기관 행사나 공개수업, 대면 상담 등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그것이다.
더욱이 그 시간이 일과 중이라면 우리 학급을 외면하고 가기란 쉽지 않다.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바람직한 유치원은 도대체 뭔가?
아름답다. ^ ㅅ ^
방학중, 그것도 유연근무날 이렇게
'나를 위해' (믿거나 말거나)
OT를 잡아주시다니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니 특별한 하루다.
첫째 아이 손을 잡고,
늘 문밖에서 바라보던 유치원 현관문을 들어선다.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설렘에 견줘도 손색없다.
오~~~~~~!
이런 게 학부모 마인드인가?
그래, 맞아. 잊고 있었을 뿐. 나도 엄마지.
안내를 받고 가슴에 핑크색 이름표를 목에 걸고 나니 부장님 또는 재이엄마로 불리던 내가 재하엄마로 거듭났다.
오랜만이라 둘째에겐 조금 미안하다.
새벽독서를 하다 말고 편지지를 뜯어 두 장의 편지를 가득 채우기란 어렵지 않았다.
불편한 아이의 부모로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내 아이의 사정을 상세히 알려드리는 일은
내 새끼 잘 봐주십시오. 얘만 이뻐해주십쇼.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데다
무엇보다 교사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손에는 마음 가득 담은 편지를
나머지 한 손은 첫째 아이의 긴장한 손을
두둑하게 쥐고 2층엘 올라갔다.
마스크사이로 가려졌어도 한껏 웃어드려야지.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담임이라 정말 좋고 안심된다는 뉘앙스로 힘을 실어드려야지.
두 가지 딱 마음먹고 계단을 올랐다.
교사들이
참 많이 애쓰고 긴장했을 날이란 걸 아니까.
(나도 성인군자는 아니지 않나. 수술을 마치고 나면 낯선 선생님과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아픈 눈으로 얼마나 작아질까.. 나 역시 똑같은 부모다. 걱정만 한가득한 부모마음~ 제발 따뜻한 선생님이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 저분이 재하 작년 새싹반
담임선생님이셔. 재이가 인사드리면
반가워해주시겠다. 엄마도
저 선생님 디~게 좋아하거든."
저 멀리 5세 담임교사가 보인다. 반갑고 감사한 분이다. 작년 한 해 아픈 재하를 잘 견뎌주시고 품어주셨던 류나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처음 나에게 건네주신 말씀에 겨울얼음이 녹아내린 기분이 든 건 봄이 오고 있어서였을까.
" 제가 올해도 재하 맡게 됐어요"
오랜만에 안 하던 화장까지 잔뜩 했는데
하마터면 냅다 울어버릴 뻔.
봄이 왔나 보다.
"아,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정말 잘되었네요.
진짜 감사해요."
손을 꼭 잡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
선생님의 눈시울도 함께 붉어짐을 느꼈다.
저 멀리 놀이 중인 재하에게 격하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강당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도 뛰는 심장은 속도를 낮출 줄 모른다.
'많이 걱정했어요. 아이가 아파서.
수술 후의 회복기에 제 마음이 휘청일까 봐.
무엇보다 학기 초를 흘려보내고 3월이 지나
교실에 첫 발을 내딛을 때 너무 작아져있진 않을는지.
이 아이의 상처와 낯선 모습, 피눈물에 나머지 아이들의 시선이 자꾸 닿아 서로 뒷걸음질 칠 것에..
참 많이 걱정했어요.'
이 모든 마음이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고
그중 감사만 꺼냈다.
선생님이 맡게 되었다는 걸
올해 저의 첫 행운으로 꼽을 만큼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저도 이제 안심하고 남의 아이들
잘 키우겠습니다^^
얼마 전,
무사한 삶, 이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글을 쓰면서 재하가 아닌 나를 위해 기도했었다.
그 기도가 어디에든 닿은 건 아닌지.
나는 엄마다.
남편은 내가
교사의 삶을 사느라 놓치는 것이 많다지만,
두 아이가 단단히 자랄 수 있도록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나도 그럭저럭 보통의 엄마다.
부모교육에서
내가 늘 잊지 않는 말이 있다.
세상에 좋은 엄마, 나쁜 엄마란 없습니다.
좋은 엄마와 더 좋은 엄마가 있을 뿐이죠.
우리는 이미 아이들에게만큼은 좋은 엄마이며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지금 이곳에 와있는 거니까요.
엄마라는 자리.
교사라는 직업.
내가 좋아서 하고 있는 두 가지.
이 둘을 모두 잘 해내고 싶은 까닭에
오늘도 나는 4시에 눈을 떴다.
너 이미 잘하고 있어.
교사도 똑같은 엄마란 거
2-7반 학부모님들도 헤아려주실 거야.
네가 류나니 선생님을 보고 격하게 행복했듯이
7반이 될 아이들의 부모들 역시 너로 하여금
안심하고 따뜻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윤미야!
이미지출처: 이서윤초등생활처방전 포스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