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면 어린이에게 한 수 배워가는 건 어떠신지

갇혀사는 어른들의 착각

by orosi

내가 제일 또라인줄알았더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있더라고!

교사로서 너의 올해 신조가

'굳이 겸손하진 말것'이란 거에

드디어 내가 기립박수를 쳐주마.


근데 너 그거 잊지마. 일주일에 3번은

겸손해라. 자뻑으로 살다가 서너번.


미간이 찌푸려지는 ~부터 혀를 내두르게하는

몇 몇 쌤들! 그들 덕분에 우리가 아이들한테 사랑받는 교사가 될 수 있다는거. 기억해 큭


재이봐라. 작년 한 해. 불합리해 죽겠다고.

이건 좀 아니라고. 쪼끄만 게 분을 못참고

속 태우더니.

상처가 단단해 지니 저렇게

눈에 콩깍지가 씌였잖니. 물론 새 담임샘이

그만큼 멋진 분일테지.

저 시끼 좀 사람한테 진심이니.

저런 애들때메

어른들이 허투루 살면 안 되는거야.

난 내일부터 잘 살게! 넌 매 순간 잘 살어. 큭큭.




아이들 줄 도넛을 사 들고 반댓손엔

그들을 위핸 그만 써도 될 테이크 아웃잔에

커피를 가득 담고 걸었다.

미세먼지가 꽤 안좋다지만

이정이와 이야기나누는 순간은

그렇게 폐가 깨끗해질 수 없다.

이래서 사람은 누구와 친구하느냐가 참.

중요한가보다.


교사집단에는 세상 친절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직업 탓에 말투도 나긋나긋.

심지어 남자 교사들마저 살살 녹아 내린다. 웩.

(이 집 남자 빼고)


어느 때 부턴지

나는 그 친절함이 불편해지기시작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게 하는 강한 유리막같은 걸

치고 시작하는 관계 속에 나의 까칠함과 지랄맞음이 설 자리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그건 좀!

하는 문제도 생글생글 웃으며.

함묵하는 집단에서

숨이 막히려던 찰나에 이정이를 만났다.


나이를 불문하고,

제 위치가 흔들릴지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채 함께 목소리 낼

동지가 생겼달까.


그 해에 참 괜찮은 선배들까지

연을 맺었으니 세월호 참사만 아니었더라면

내게 2014년은 각별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귀한 아이를 바다의 별로

떠나보낸 순간, 나의 첫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가

주름유발 어른들로 인해 목소리를

내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며 2022 겨우 살았다.

참 미안한 한 해였다. 1년 꼬박 미안했다.





OO샘이 재이네 반 뽑았다며?
복 받았다. 걱정 없겠어. 올해는 둘째한테
집중해. 자기 계속 힘들었잖아~
부장도 맡아 바쁠텐데~
너무 다행이네. 축하해.


2022.2월

이렇게도 하늘이 날 돕는구나 싶었다.


축하까지 받은걸보니 담임이 그렇게 중요한가보다.




에휴~~자기 어떡하냐.
줬다 뺐는격도 아니고. 이게 뭐야.
OO샘 교감샘이랑 교장실 들어가더니
울고 나왔잖아. 다 준비해놨는데 갑자기 바꾸기가 어딨냐구~~
아무 상관도없는 사람을!

원래 사람들이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지.
아니 애초에 무슨생각으로 고학년을 비워둬서...힘내.




2022.2월

이렇게도 하늘이 날 외면하나 싶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만 피해를 봤고(작년 그반

학부모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아이들은

질색이라는 교사의 어휘선택에 두려워 슬퍼도

울 수 없었다)

고학년으로 시선을 돌린 제 밥그릇 챙긴 교사는.

오히려 극찬의 메세지를 받았고.

oo샘이라는 보물은 엉뚱하게 4학년으로.

급기야 내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담교사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게 하며.


3월 내내 지쳤다.

몸도 마음도 이래저래 싫었다.


엉. 망. 진. 창. 이란게 이런거구나.

다시 비관모드.


아닌 게 확실한데

입을 뻥긋할 힘이 없었다. 어딜가나

불합리한데 본인만 불합리한줄 모르고

비민주적인데 가장 민주적이라

자평하는 사람은 늘 있다.


하필 내가,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지승완 엄마처럼

휘어지기 싫다면 부러지라고. 같이 부러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선생님 바쁘실까봐 일부러
상담신청 안한건데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같은학교 동료이자 선배다. 더욱이 내 아이의 담임이라 더 어렵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나눌테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아이의 표정을 보며 직감했다. 상담신청을 안한건 교사로서 교사에 대한 배려였다. 그 배려 집어치울걸.

(얘기를 듣는내내 어른으로서 미안해졌다.

학교안가고 집에서 책읽고 싶다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겸사겸사~~ 불렀죠^^

내가 재이 초장에 잡아놨잖아요~
아주 콱 잡아놨으니까 부장님은 걱정할거없다구!


이런 젠.장.

이게 무슨 ㄱ소리.


재이 안경 왜 그렇게됐는지 말 안하죠?
안 했겠지. 내가 비밀은 지키자고 했으니.

아니.
내가 목아파라
설명하고 있는데
계속 이전 페이지를 붙잡고
머리를 싸매고
푸느라 넘어간지도 모르더라구?

불러도 몰라. 이것이!
아하. 이때다 싶더라구?

그래서 내가 '경청'의 의미로!

윤재이. 앞으로 나와서 방금 내가
설명한거 고대로 설명해봐!했지.
하하하.

그랬더니 요것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가지고
날 뚫어져라보는거라.

그러더니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더니
안와서 가보니 울고 있네?
나오라고해도 안 나와서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고
기다렸지.

안에서 화가 났는지
안경을 비틀었나
알이 쏙 빠진거야.
성격은 있어가지구!
누구 닮았나. 부장님은
아닌거같구 아빠?
아빠가 엄하시구나?

(나를 똑 닮았수다!)


아~이때다~~ 싶어서
엄마 위층에 수업하고 계실텐데
불러올까?
(밑도 끝도없는 사고. 아이들은
이럴때 뭘 배울까. 슬퍼진다)

니가 용서(??????)를 빌면
이건 너랑 나랑만 아는 비밀이 되는거다.
알았니? 앞으로 잘하고.

그때부터 기가꺾여서 잘 하드라고.
얘는 내가봤을때 강해!
정답이 있는것도
지방식대로 할려고하고!

그니까 뭐..
인생 선배잖아.내가~~ 아이들 집에서
너무 엄하게 키우지 마셔.
애들은 백번도 더 바뀌거든.
교사 부모들이 다들 너무 엄해.

그래서 재이가 좀 반항기가 있을수있다구.

아무튼 나랑 점차 레포형성이 될거니
걱정마시고.
(내가 젤 싫어하는단어. 라떼.꼰대들이
자주 쓰는 저 레포. 레포타령좀 그만두길)



망했다.

아이를 이 지경으로 몰아 내게끔

고학년에 기간제를 두고, 그 기간제를 못 구해서

이미 배정된 사람들을 끌어 올리고,

저학년 계약직 교사를 구한 건.

어른들의 실수로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조정된

상황인데. 정작 그들은 모르고 나만 괴롭다.

내 아이는 더 괴롭다. 억울해졌다.





초장에 잡아놓을 대상이 어린이인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씨름하느라 교사의 말을

놓치는 아이를 경청하지 못해 고쳐쓸 놈이라

부르나?

실수라면 아이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선

반.드.시.

또래친구들 앞으로 불려나와 수치스럽기를

기꺼이 이겨내야 죄가 사하여 지나?

공동체생활에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면 불편함을 줄 수있어 자기방이나 화장실에 가서 울거나 진정하는 시간을 갖도록 배운 아이가.

화장실 칸에서 혼자 마음을 달래보려 애쓰는 아이에게 제한 시간이 있던가. 니가 이기나?내가이기나? 이기고 질 문제가

아이와 어른 사이에 어디있던가 말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며!


너와 나의 비밀이라함은 곧 협박이 분명하다.

어른들이 종종 논리로 이겨먹지 못할때 애용하는 협박.

너..이거..안하면. 하면. 다음엔. 저거. 못해줘.

뭐 이딴거.


수업중에 흐름을 놓쳐서 선생님 말씀을 듣지 못한것도.

그래서 친구들앞에서 창피하고 말문이 막혀 눈시울이 붉어진것도.

우리집에선 비밀이 될 필요가없다.

(그집은 그랬나보죠?)




부끄럽진 않으셨나보다.

경력은 본인보다 한없이 짧고 어려도 나도 교사인데.

저런 말들을 쉬지않고 쏟아낸 이유는.

초장에 아이들을 쥐잡듯 잡고, 학부모를 잡아놔야

편하다는 유머러스한 교육관인가.


그거 말고도 아이들과. 부모들과.

잘 지낼수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데

배워보실래요? 라는 제안은 드리지않았다.




엄마
혹시 선생님 뽑을 때,
인성은... 안 봐요?


아홉살 아이의 질문.

말 다했다. 마음 아파하는걸론 안 된다.

내가 이 아일 지켜주는 수밖에.


세상에는 참 좋은 교사, 괜찮은 어른들이 많다.

나는 요즘 그..참 괜찮은 어른들을 만나며

회복하고 있다.

내 아이가 그런 사람들만 겪으며

살아갈 순 없다. 자명하다.


다만,

그럴때 맹목적인 예의만을 강요하지 말자.

비난. 협박. 평가를 즐기는 어른들말고

격려. 제안. 인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그것에

반응하며 사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나부터 그런 대상이 되어주다보면


이 아이의 상처도

"쓸모있는 딱지"로 제 역할을 할거다. 분명하다.


물질적.정신적

결핍이 아이들을 더 잘 자라도록 돕듯이.



아씨! 1년 다되가는데

또 열받네!

진정하고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