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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Apr 21. 2023

토요일 아침 7시, 엄마들이 모입니다.

인천 송도맘 독서모임 '새벽북클럽'의 시작

나 : 오빠, 엄마들 대상으로 집 근처에서 독서모임 한번 추진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남편 : 해봐. 언제 하려고?
나 : 토요일 아침 6~7시쯤? 그때 하면 토요일 일정에도 크게 영향 안 받고 좋을 것 같은데.
남편 : 해보셔. 근데 그 시간에 수요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 돌쟁이 아가를 키우던 시절, 탈출구를 꿈꾸며 남편과 나눈 대화 中 -


집 근처에서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건 내가 오래도록 꿈꿔온 일이다. 엄마들과의 대화 소재가 '남편', '아이'로만 연결되는 게 아쉬워서 엄마들도 본인 얘기를 하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를 걱정하는 남편의 말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아니 어쩌면 당시에는 그만큼 간절한 일이 아니었기에 짧은 대화로 끝나버린 일이었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엄마들이 모일까?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렀다. 2022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무언가의 정보를 찾기 위해 지역 맘카페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독서모임 모집글을 읽게 되었다. 댓글을 보아하니 우리 동네(인천 송도)에도 독서모임 수요가 꽤 있는 듯했고 그 모임은 빠른 시간 내에 인원을 채워 모임이 시작된 듯 보였다.


'뭐야..... 독서모임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도 있네. 나도 한번 해볼까?'


조심성과 겁이 많은 나는 늘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다 흘려보냈으니까 이 글을 마주한건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이제는 시작해도 좋다는, 제발 생각 좀 그만하고 실행으로 옮겨 보라는, 그런 무언의 신호랄까?


새해를 앞두고 무언가 제대로 시작해 보기 좋은 시기였고,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요상한 용기에 휩싸여 바로 독서모임 모집글을 올렸다.



간단하지만 진심을 담아 작성한 모집글에 사람들은 빠른 댓글로 관심을 보여주었다. 의외의 흥행(?)에 다행스럽기도, 한편으론 당혹스럽기도 했다. 일단 당일에 신청하신 분들과 나를 포함해 9명의 인원으로 모임 인원을 꾸렸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 이게 뭐라고 한참을 미뤄왔을까.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일은 이렇게 한 순간의 용기로 현실이 되었다.


 


모임을 만들 때 고려한 3가지


1. 시간


아침형 인간이자 엄마인 내게 편한 시간대는 '토요일 오전 7시-9시'였다. 주말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큰 변수 없이 남편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은 오전 7시-9시로 정했다.


모임 주기는 '월 1회'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었다. 다소 느슨한 느낌은 있지만 엄마들은 일단 바쁘니까 이 정도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 장소


모임 장소는 내가 살고 있는 '인천 송도'로 정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집 근처인 '송도 5공구'다. 일단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나도, 참석하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모임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거지역에 의외로 토요일 오전 7시에 문을 여는 카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법은 찾아지기 마련. 몇 곳의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8시 30분에 오픈하는 한 개인 카페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모임이 열리는 날은 조금 오픈시간을 당겨달라고 부탁드렸다. 다행히 사장님께서 오전 7시에 오픈을 해주기로 약속하셨다.



3. 미션


코로나가 시작된 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에 여러 번 참여했었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참여자들은 모임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레 SNS에서 '후기'를 남기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 후기가 모이면 본인에게도 모임을 위해서도 '자산'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집글을 올리며 한 가지 미션을 제시했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어떤 형태로든 '후기'를 남겨야 한다는 것! 2시간의 모임이 허탈하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결과였다.


(첫 모임에서 들은 얘기지만, '후기'를 남기는 시스템이 좋아서 연락을 주셨다는 분도 계셨다.)



+ 그 밖의 것들


- 노쇼 방지는 1만 원이라는 비용을 사전에 걷어 구조적으로 해결했고, 이렇게 모인 금액은 모임날 브런치 구입을 위해 사용한다.

- 모임 공지는 노션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활용한다.




'새벽북클럽'은 현재 진행 중



2022년 12월 말에 멤버를 모집해 2023년 1월, 2월, 3월 벌써 세 차례의 모임을 가졌다.


1월 모임에서는 OT 느낌으로 각자의 독서라이프에 대해 나누고, 모임 이름을 ‘새벽북클럽’으로 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 읽을 책들을 선정했다. (일단 각자 한 권씩 추천한 책들을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추가로, 혼자서는 읽기 힘든 벽돌책 <코스모스>가볍게 함께 읽자는 이야기가 나와 아주 천천히 함께 읽어나가고 있다.



▼새벽북클럽에서 함께 읽는 책


2월 모임에서는 <소비단식 일기>를 함께 읽으며 우리들이 무심코 해온 '소비'를 통해 나 자신을 직면해 보고, 소비를 불러오는 '불안'과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3월 모임에서는 <안녕, 나의 한옥집>을 함께 읽으며 잊고 지낸 우리의 반짝이고 사랑스러웠던 유년시절을 떠올려 보고 '집'이 갖는 다양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먼데이 마더스> 매거진을 통해 '새벽북클럽'의 모임 이야기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쌓아볼 예정이다.


슬세권에서 열리는 독서모임 새벽북클럽 이야기!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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