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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Apr 29. 2019

당신은 서랍이 책의 무덤이라 했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마음을 머리끝까지 덮고 죽은 시늉을 한다

서랍 안에 앉아 마음을 세공했다

까마귀가 무서워

반짝이는 건 서랍 깊은 곳에 두고

빛을 삼키는 것들만 들고나갔다


이가 빠진 책장 그늘에 앉아

당신의 하루를 상상했다

책에 묻은 바깥 냄새를 맡으며

책장은 세길 수 없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빈 서랍 안에선 까마귀가 울고

책장과 책은 서로의 고향을 묻는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마음을

머리끝까지 덮고 죽은 시늉을 한다


잡을 수 없을 만큼 오래 다듬어도

빛나지 않는 마음을

한껏 들이마시고

기침을 한다


다시 돌을 뱉는다


2019.04.06.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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