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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Oct 28. 2015

기억이 현실보다 강렬해질 때

사람은 과거를 찬미한다.

기억이 현실보다 강렬해질 때 사람은 과거를 찬미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다. 어리석음은 젊음을 핑계로 아름다움을 덧입는다. 땅에 묻힌 사체를 보석으로 만드는 시간 앞에서, 오래된 기억은 무엇이든 찬란하게 빛난다. 만나는 사람보다 떠나보낸 이의 수가 많아진 남자는 주변에 남은 사람을 헤아리다 끝내 눈물을 흘린다. 접지 못한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다음은 하나의 손가락이 더 펴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는 이의 손가락이 펴질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외로워 보였는데, 이젠 남겨진 이들의 외로움을 걱정할 나이가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불안을 어찌 감당 할 수 있을까. 접을 수 있는 손가락이 하나만 남는다면, 그땐 스스로 세상을 떠나리라 노인은 다짐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이 핼쑥하다. 아직 여름인데 벌써 낙엽이 떨어지며 바스락 소리를 낸다. 울부짖는 매미와 함께 잠자리 떼가 하늘을 난다. 오전 내내 구름 하나 없이 맑았던 하늘. 밤바람이 차다. 그래. 오늘 밤을 견뎌 내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노인은 창문을 닫고 옷깃을 여민다.


사진 : ckham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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