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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Aug 19. 2017

라디오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놀란 마음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뒤이어 나온 사연에 숨이 멎는 듯했다.

라디오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놀란 마음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뒤이어 나온 사연에 숨이 멎는 듯했다. 그 사람이다. DJ가 읽고 있는 이 사연은 분명 그 사람과 나의 이야기다. 벌써 1년도 더 된, 애써 지우려다 결국 포기했을 때에야 자연스레 잊을 수 있던 일. 설마 라디오에서 듣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 사람이 라디오를 들었던가?
사연은 잔인하리만큼 사실 그대로였다. 추억이 되어 조금은 아름다워졌을 만도 한데 약간의 각색이나 미화도 없었다. 여전하구나.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짧은 사연이 끝나고 신청곡이 이어졌다. 몇 번을 말해줬지만 본인 취향은 아니라던 그 밴드의 노래. 함께 갔던 공연장에서 그 사람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오래 기다린 공연이었지만 끝내 그날은 그리 즐겁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 노래를 신청했을까. 그 사이 취향이 변하기라도 한 걸까. 노래가 끝나고도 곡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혹시 내가 들을 거라 기대했을까. 여전하기만 한 건 아니구나.
주파수를 바꾸다가 결국 라디오를 껐다. 꽤나 오래 들은 프로였는데, 앞으론 이 DJ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다시 그 사람이 생각날 것 같다.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정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늘었다.

Photo by Alex Blăj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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