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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Dec 19. 2017

키보드 위를 오가는 손이 시리다.

언제부턴가 손 편지 쓰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키보드 위를 오가는 손이 시리다. 옷을 껴입고 보일러 온도를 높여도 이상할 정도로 손끝은 차다. 언제부턴가 손 편지 쓰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편지를 대신하던 이메일도 광고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장문의 글을 적어 보내는 일이 희귀해졌다. 기다림과 설렘이 짧아지고, 자신의 진심을 적거나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시간도 짧아졌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라진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질량보존의 법칙. 화학반응 후에도 물질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 이 과학법칙은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기존의 것은 사라진다. 편리한 정도에 따라 우열이 생기고 열등한 것은 도태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열광하고 지금의 것은 등한시하며 예전의 것을 추억한다. 그렇게 무언가가 일상에서 멀어져가며 그 위에 싹튼 사람들의 관계와 감정이 함께 사라진다. 그 자리를 메우는 건 보다 편하고 빠른 무언가, 그렇게 달라지는 관계과 감정, 사람들의 생활 방식. 편지를 쓰던 사람과 스마트 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의 생각과 관계가 같을 리 없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달라지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질량보존의 법칙. 아무리 많은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 삶이 편해지고 관계가 원활해진다 해도 개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 같다.


2012.01.10.28:46.
옥상달빛 그래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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