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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May 03. 2018

이방인

받아 적을 수도 없는 말들이 투명하게 흘러가요

낯선 나라의 영화를 봤어요

받아 적을 수도 없는 말들이 투명하게 흘러가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시선을 내리는 건

자막이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해서예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꼭꼭 씹으며

익숙한 미소를 지어요

사람들은 저를 잘 웃는 사람이라 했어요

웃음만큼 무해한 반응은 없으니까요


좌석이 지워진 티켓을 들고 객석을 헤매요

함께 앉지 못해 홀로 설 때면

탈옥에 실패한 죄수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발목을 잡아요


저는 왜 여기 서 있을까요

배우가 되기엔 서툴고

관객이 되기엔 가난해서야.

한 줄의 자막이 새겨집니다


아 그렇구나

낯선 땅에서 모국어를 들은 사람처럼 웃어요


2018.03.27.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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