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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Oct 26. 2023

어느 날의 관찰

완성의 의미

“Are you done with your structure?”

“Why don’t you finish your structure?”

연거푸 들리는 질문에 소리를 따라 눈을 돌리니

두 살 좀 넘어 보이는 아이와 아빠가 보인다. 토요일 아침, 단이를 robotics class에 내려주고 은이와 함께

도서관에 있는 중이었다. 아이와 아빠가 있는 공간은 도서관 한 켠 어린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장난감들을 비치해 놓은 곳이었다. 아이는 블락을 쌓으며 놀고 있었다.

아이는 만들다 만 ‘structure’를 끝내는 것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니, 아이는 이미 끝냈다고 생각했을지도.


“You just need to put one last piece and you will be done with your structure.”

“Why don’t you put the last piece of your structure and you can be done!”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아이는 무언가 말하는 거 같았는데 뭉개지는 발음에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했다.


“Why dont we take a picture of the structure  and show it to mommy? Put the last piece and show it to mommy.”

결국 아이는 마지막 조각을 얹어 아빠가 원하는 ‘structure’를 완성하여 엄마한테 사진으로 보냈을까? (그것을 사진으로 받아 보는 엄마는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 없던 엄마까지 동원하여 그렇게까지 완성하고 싶어 하던 그 ‘structure‘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시작한 어떤 것을 완성시키는 과정의 중요함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었던 걸까? 궁금했던 만큼 눈을 돌려 확인하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내 아이가 아닐 때 더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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