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웬만한 snow storm 에도 문을 닫지 않는 학교들까지 snow day로 결정할 만큼 많이.
때마침 남편은 출장 중이다. 지난주부터 아이들의 등하교까지 도맡느라 부산스럽게 출퇴근하던 중이었는데, 예측하지 못했던 눈보라로 나도 아이들도 다 같이 snow day를 맞아 집에 있다. 한시름 놓이면서도, 곧 밖에 나가 남편 없이 아이들과 눈을 치워야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문득 얼마 전 임신소식을 듣게 된 간호사 친구가 출근했을까 걱정되어 연락해 본다. 설마 이 날씨에 출근한 거 아니지 하고 보낸 문자에 당연히 일 나왔다고, 이 눈을 뚫고 오는 환자들도 대단하다는 답이 온다. 그렇지, 세상이 녹록지 않지. 내 직장이 학교에 있는 덕에 아이들과 같이 snow day를 맞을 수 있는 게지. 눈 치울 걱정이나 하고 있던 내가 염치없게 느껴진다.
읽다 만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마저 읽는다. 그전 단편들에서도 좋은 문장들에 먹먹하던 마음이 마지막 단편 ‘너무나 많은 여름이‘ 에 이르자 일렁거리다 결국 울고 만다. 좋은 문장들에 밑줄을 긋다 포기한다. 전문을 다 그을 판이다. ‘엄마’가 나온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그 ‘엄마’같이 기억되고 싶은 마음과, 그 존재감의 무게가 너무 버겁지 않냐며 찡얼거리고 싶은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러다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문장을 만난다.
‘ 나는 늘 엄마보다 앞서서 걸어갔다. 앞으로 뛰어가다가도 뒤로 다시 돌아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해 본 일이다, 나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상의 순간을 활자로 읽으며 너무 멀리 가있진 않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