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롯 Feb 14. 2024

Snow day

눈이 온다. 웬만한 snow storm 에도 문을 닫지 않는 학교들까지 snow day로 결정할 만큼 많이.


때마침 남편은 출장 중이다. 지난주부터 아이들의 등하교까지 도맡느라 부산스럽게 출퇴근하던 중이었는데, 예측하지 못했던 눈보라로 나도 아이들도 다 같이 snow day를 맞아 집에 있다. 한시름 놓이면서도, 곧 밖에 나가 남편 없이 아이들과 눈을 치워야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문득 얼마 전 임신소식을 듣게 된 간호사 친구가 출근했을까 걱정되어 연락해 본다. 설마 이 날씨에 출근한 거 아니지 하고 보낸 문자에 당연히 일 나왔다고, 이 눈을 뚫고 오는 환자들도 대단하다는 답이 온다. 그렇지, 세상이 녹록지 않지. 내 직장이 학교에 있는 덕에 아이들과 같이 snow day를 맞을 수 있는 게지. 눈 치울 걱정이나 하고 있던 내가 염치없게 느껴진다.


읽다 만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마저 읽는다. 그전 단편들에서도 좋은 문장들에 먹먹하던 마음이 마지막 단편 ‘너무나 많은 여름이‘ 에 이르자 일렁거리다 결국 울고 만다. 좋은 문장들에 밑줄을 긋다 포기한다. 전문을 다 그을 판이다. ‘엄마’가 나온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그 ‘엄마’같이 기억되고 싶은 마음과, 그 존재감의 무게가 너무 버겁지 않냐며 찡얼거리고 싶은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러다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문장을 만난다.


‘ 나는 늘 엄마보다 앞서서 걸어갔다. 앞으로 뛰어가다가도 뒤로 다시 돌아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해 본 일이다, 나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상의 순간을 활자로 읽으며 너무 멀리 가있진 않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의 관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