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25

by 오롯

가을이 시작될 무렵 줄넘기를 시작했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몇 시간이고 하염없이 거닐어도 거뜬하지만 그렇게 긴 시간을 걸을 만한 여유가 있는 날들은 흔치 않고, 나가서 잠깐만 걷다 와야 할 정도의 등 떠밀리는 여유만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됐어. 뭘 나가’ 하면서 주저앉고 말아 버리는 때가 더 많았다.

너무 많은 생각들과 요동치는 감정에 포화 지경이 되어 터져 버릴 거 같던 밤, 집에 처박혀 있던 줄넘기를 찾아들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크게 들으며 끊길 듯 끊길 듯, 발에 걸리면 다시 시작하길 반복하며 15분 넘게 줄넘기를 했다. 눈물이 나왔다. 꺽꺽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는 뛰느라 헐떡 거리는 숨소리에 묻혔지만 오히려 온몸으로 우는 느낌이었고 그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슴이 답답해 오면 줄넘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줄넘기를 하면서 듣는 음악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경쾌하지 않다. 오히려 잔잔하거나, 쓸쓸하게 읇조리거나 울부짖는 음악에 더 가까운데 들으면서 꽂히는 단어나 가사들도 처연하긴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 지나쳐도 난 모진 사람 (최유리 ‘동그라미’)

일렁이는 그런 마음 신경 하나 안 쓴 채 살아가는 나의 순간에다 하나만 어울리면 그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거니까 (최유리 ‘단 하나‘)

그 햇살의 기억도 더는 아무런 설렘도 남겨주지 않았고 (박지윤 ‘바래진 기억에’)


누가 보면 아주 처절한 기억들을 안고 살아가는 비련의 주인공인줄. 그러고 보니 20년 전에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를 들으며 러닝 머신을 뛰었던 기억이 있다. 나란 사람 참 여러모로 한결같고, 그런 내가 힘들면서도 딱히 바꾸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 것이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어서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줄넘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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