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남편을 따라 한미전 축구 경기를 보러 갔던 날, 작은 아이와 나는 서점에 갔었다. 친정 가족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
단이는 축구를 보러 갔어. 한국이 이겼으면 좋겠대. 왜 전에 은애는(미국에서 태어났던 사촌 동생) 미국을 응원했잖아
- 어머, 그러니? 한국이 꼭 이기면 좋겠다
서점에서 이 책을 사면 집에 있는 강아지한테 꼭 읽어줘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어떤 남자 꼬마 아이가 Dog Man 책을 들고는 같이 온 할아버지에게 말하고 있었다. 전혀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듯한 표정의 할아버지는 그저 아이의 장단에 맞춰 주고 싶은 듯 원하면 사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대뜸 “Grandpa, do you have a lot of money?”라고 물었다. 할아버지가 허허 웃으며 Yes라고 대답하기 전 느껴졌던 0.2초 정도의 정적에 웃음이 나왔다. 필요 이상으로 쓸데없이 진지해졌을 그 순간이, 그 망설임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금세 그보다도 더 작은, 동생인 거 같은 꼬마가 장난감을 집어 들고 할아버지에게 오더니 형이랑 똑같은 질문을 했다. “Grandpa, do you have a lot of money?” 할아버지는 또 허허 웃더니 ”Not for you!”라고 했다. 서점에서 책을 사주고 싶었지 장난감을 사주고 싶진 않았던 거 같다. 그 맘을 또 알아챈 나는 웃음이 났지만 아이는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는지 “Huh?”라고 되물었다. 할아버지의 못 이기는 척 ”Yeah, yeah. I have a lot of money.”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보내오는 문자로 이미 경기 결과를 알고 있는데 아빠에게서 한국이 축구 이겼다는 문자가 왔다. 내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단이가 그 게임에 가지 않았다면 그런 경기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셨을 아빠는 그저 손자의 행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경기 결과를 찾아보셨으리라. 내가 모를 리 없다는 걸 아셨을 텐데도 단이를 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 전한 것이리라.
부디 단이도, 그 두 꼬마 아이들도 할아버지의 사랑을 담뿍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다정한 할아버지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