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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Feb 04. 2022

그냥, 그저 이어지는 생각들

담쟁이덩굴

허당 남편

말도 안 되는 말대꾸 하는 아이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펑퍼짐한 바지


남에게 일어나면 예뻐 보이고 귀여운 일들인데, 나에게 일어날 땐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들. 인간의 마음이란. 너 다르고 나 다른 걸까. 남편이 허당이라는 건 아니고. 누구나 허당이 되는 순간은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몰랐는데 은근 허당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동그란 얼굴형에 웃으면 없어지는 작은 눈을 가진 나는 어렸을  ‘순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어린 마음에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을까,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얌체 같아 보인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당시 얌체 같다는 건 자기  일을 똑 부러지게 하고 무언가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이라고 잘못 인지 한 채 그 말을 듣기 위해 꽤 오랫동안 노력했던 거 같다. 그 와중에 어김없이 누군가가 순해 보이네 하면 미션을 실패한 듯한 낭패감을 맛보곤 했는데. 얌체 같다는 말의 뜻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머릿속에 꼬여버린 회로는 쉽게 풀리지 않아 그 말은 나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보단 호감으로 다가온다. 꼬인 회로의 부작용으로 순해 보인다는 건 허당에 가까운 이미지로 자리 잡았는데, 은근 허당이란 말을 들을 때면 꽁꽁 감춰놓고 싶었던 것을 들켜버린 거 같은 마음이 들곤 하는 것이다.


얌체 같아 보인다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친구는 순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던 나를 부러워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안 사실.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또한 얼마나 쉬운 일인가. 있는 그대로를 귀히 여기고 나에게 있는 것을 나누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결코 나만의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니지만, 결국 나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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