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저 이어지는 생각들

by 오롯

담쟁이덩굴

허당 남편

말도 안 되는 말대꾸 하는 아이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펑퍼짐한 바지


남에게 일어나면 예뻐 보이고 귀여운 일들인데, 나에게 일어날 땐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들. 인간의 마음이란. 너 다르고 나 다른 걸까. 남편이 허당이라는 건 아니고. 누구나 허당이 되는 순간은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몰랐는데 은근 허당’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동그란 얼굴형에 웃으면 없어지는 작은 눈을 가진 나는 어렸을 적 ‘순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어린 마음에 예쁘다는 말을 더 듣고 싶어서였을까, 그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얌체 같아 보인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그 당시 난 얌체 같다는 건 자기 할 일을 똑 부러지게 하고 무언가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잘못 인지 한 채 그 말을 듣기 위해 꽤 오랫동안 노력했던 거 같다. 그 와중에 어김없이 누군가가 순해 보이네 하면 미션을 실패한 듯한 낭패감을 맛보곤 했는데. 얌체 같다는 말의 뜻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머릿속에 꼬여버린 회로는 쉽게 풀리지 않아 그 말은 나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보단 호감으로 다가온다. 꼬인 회로의 부작용으로 순해 보인다는 건 허당에 가까운 이미지로 자리 잡았는데, 은근 허당이란 말을 들을 때면 꽁꽁 감춰놓고 싶었던 것을 들켜버린 거 같은 마음이 들곤 하는 것이다.


얌체 같아 보인다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친구는 순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던 나를 부러워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안 사실.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또한 얼마나 쉬운 일인가. 있는 그대로를 귀히 여기고 나에게 있는 것을 나누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결코 나만의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니지만, 결국 나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맞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사소한 것들의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