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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Feb 11. 2022

공감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

평소 나의 마음이나 생각들을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표현과 신랄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낸 글들을 마주하게 되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공감하고 반가우면서도, 거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에 마음 한편이 조금은 헛헛해지기도 한다.


내가 은밀하게 가졌던 생각들이, 그나마 나를 고유하게 만들었다 여겼던 경험들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활자로 찍혀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 책이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조금은 씁쓸해지는 것이다. 결국 내가 쌓아온 마음들이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예를 들면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이야기 같은- 내가 겪는 이 설렘이, 이 애틋함이, 지극히 개인적이라 여겼던 이 미세한 갈등이 사실 만인이 겪고 있는 감정이었다는 것이.


두리둥실 휘감겨 있는 양모펠트 덩어리 같은 나 (또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찍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양의 글로 완성시키는 작가들의 필력은 씁쓸해질 여력도 없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고.


물론 그 헛헛한 마음은 정말 잠깐 스쳐 지나가는 마음인지라 사랑해 마지않는 ‘읽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끊임없이 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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