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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Mar 30. 2022

숲의 위로

좋아하는 산책로를 발견했다.


집에서 30분 정도는 운전해 가야 하지만 간단하게 밥 먹을만한 꽤 괜찮은 작은 식당도 근처에 있고, 무엇보다 붐비지 않고 조용하며, 아이들과도 걷기 좋은 평지가 이어지는 숲의 가운데로 난 길이다. 어찌나 조용한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걸으면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도 들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마음을 기분 좋게 흐뜨러트린다. 감사하게도 이 숲의 사계절을 다 보게 된 지금, 이 길을 더욱더 좋아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풍경이 경이롭고, 그 변함 가운데 있는 일관성이 감사하다. 시끄러운 세상과 상관없이 봄이 오면 싹이 움트고, 여름이 오면 푸르러지며 열매를 맺고, 가을이 오면 단풍이 지며 씨를 뿌리고, 겨울이 되면 단단하게 움츠러들어 봄을 준비하는 숲에 오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을 얻는다. 나의 아이들도 이런 숲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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