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20
70살에 처음 소설을 쓴 작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작품을 찾아 다운로드하였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너무 대단할까 봐, 혹은 너무 뻔할까 봐 걱정돼서 일까. 그 소설의 첫 장을 펴기 전에 내가 먼저 조금이라도 써야겠다 생각했다. 그 책을 읽다 중간에 이 마음이 덮이지 않게.
10.06.20
딱 여름만큼의 간격이 생겼다. 이번 해 여름을 지나며 딱 그만큼의 간격이 생겼다.
철들고 (나란 사람의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되고) 엄마가 될 만큼 나이가 든 후, 가장 의지하고 있던 타인과 딱 그만큼.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여름이 빠진 만큼. 딱 그만큼. 어찌 보면 네 개 중 하나만 빠진 거지만. 봄에서 가을로 바로 가지지 안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가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너무나 당연스럽던 관계에서 딱 그만큼의 간격이 생긴 것이다.
벌어진 사이를 점프하기 전 호흡을 가다듬듯.
그렇게 다가가기 전 먼저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상실감에 목 놓아 울기도 애매한 그런 사이.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제는 사라져 버린 계절, 그동안의 여름 동안 쌓아온 추억들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 끝이 아려오는. 사계절 중 여름이 빠진 사이.
저장 용량이 초과되었다며 매일같이 뜨는 알림에 지울만한 것들을 찾다가 발견한 일기. 글은 아직도 띄엄띄엄 쓰고 있고, 관계 또한 여전히 어렵구나. 늘은 것은 나이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