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by 오롯

7월 1일부터 시작했기에 나의 제목은 항상 그날 날짜와 똑같은 숫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바보같이 이제야 깨달았다. 항상 Day 뒤에 붙는 숫자를 그 전 날 쓴 일기 제목을 확인한 후 쓰곤 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을 인제야 눈치챈 이유는 방학 이후 오늘이 며칠 인지 챙기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인 거 같다. 숫자보단 월요일은 단이 수영 가는 날, 수요일은 은이 수영 가는 날 이런 식으로 요일을 챙기며 살았지 날짜 가는 건 잘 몰랐다. 오늘은 날짜가 중요한 남편의 생일이다. 매년 돌아오는 같은 달의 같은 날짜. 남편, 생일 축하해요. 더운 여름에 태어나 생각지도 못했던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사느라 고생이 많소. 흐흐. 그는 이 글을 읽을 방법이 없겠지만.


단이가 내일부터 새로운 운동을 배우러 가는데 내가 더 긴장된다. 아이의 처음에 내가 더 긴장하는 이 쫄보 마음은 언제쯤 괜찮아지는 걸까. 예전에 나는 못 갔던 학교 행사에 참석한 단이의 친구 엄마가 단이와 친구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다.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단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난 적이 있다. 내가 없는 공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잘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고마와서, 너무 안심되어서 울며 웃던 기억이 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맹수와도 싸워 낼 수 있을 거 같은 용기가 나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일은 오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졸지에 세상 최고 겁쟁이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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