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6

by 오롯

어젯밤에는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나를 네 번이나 깨우는 바람에 아침이 되어 잤지만 잔 거 같지 않은 기분으로 눈을 떴다. 제일 먼저 깬 건 방을 옮기면서 먼지를 많이 마셨는지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단이가 밤에 계속 기침을 해서 코에 알레르기 약을 뿌려주느라, 그다음엔 은이가 중간에 깨서 내 방으로 옮겨 오느라, 새벽녘이 되선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본 단이가 SOS를 치는 바람에, 마지막으론 은이가 갑자기 아쿠아퍼 크림을 찾는 바람에. 마지막엔 정말 잠결에도 황당했다. 생전 먼저 안 찾던 아쿠아퍼를 왜 찾아? 게다가 항상 있던 곳에 계속 있었는데 굳이 나를 꼭 깨웠어야 했다니. 아빠도 있는데 왜 꼭 항상 나를 먼저 찾는 것일까.


오늘 점심 먹기 전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 수영을 가기로 예약해 놓았던 터라 좀비처럼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수영장으로 갔다. 그래도 수영장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기분이 나아져서 나왔는데 웬일.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불을 켜 놓고 나가지도 않았고 올 때 만해도 멀쩡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시동이 아예 안 걸리다니 거짓말 같았다. 결국 미팅 중이던 남편이 우리를 구하러 오기로 했고,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배가 고픈 아이들과 나는 근처 빵 집으로 걸어가서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차도 걱정되고, 계획과 다르게 대충 먹게 된 점심도 맘에 안 들어 속 상했다 (아이들은 식욕이 남달리 떨어지는 편이라 수영 같이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한 후 그나마 잘 먹어서 나는 보통 그런 기회를 노려 평소 잘 안 먹는 음식을 먹게 하곤 한다). 남편이 도착해 점프 스타트를 하자 다행히 시동이 걸려 집에 왔지만 집에 도착해서 다시 시동을 걸어보니 안 걸리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정비소에 가져갔고 알고 보니 차의 배터리를 갈 시기가 되어 일어난 일이란 걸 알게 됐다.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예상치도 못 한 지출이 생긴 셈이다. 결국 앞 유리에 돌이 튀었는지 얼마 전부터 금이 가 있던 유리도 이 번에 같이 갈 기로 했다. 얼마 전 선물로 받은 돈이 있었는데 항상 차는 공돈이 생길라 치면 귀신같이 알고 말썽을 일으킨다. 정말이지 얄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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