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네 번째 이야기

첫 만남은 언제나 이상하고, 무섭고, 조금은 아름답다

by 오로보이

한 여자가 성문을 연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용히 낯선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선다.


성 안은 으스스할 만큼 조용하고, 모든 것이 낯설다.

말하는 촛대, 노래하는 찻주전자, 그림자가 긴 계단,
그리고… 짐승.


하지만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곳에 머물렀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자기 삶의 문을 스스로 연 순간 이었다.



첫 만남은 원래 서툴다


야수는 친절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소리치고, 등을 돌리고, 벽을 쌓았다.
벨은 두려움 속에서 말이 없었다.
둘 다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서로를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완벽한 첫 만남은 아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완벽한 첫 만남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말했다:


“좋은 관계는 다가가는 기술이 아니라,
멈춰서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감정은 방어기제다


벨은 자기 두려움 속에 갇혔고,
야수는 자기 외로움 속에 갇혔다.


그리고 서로를 잘못 읽었다.


그건 둘 다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둘 다 진심이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묻는다.

“왜 그 사람은 그렇게 퉁명스러웠을까?”
그런데 대답은 대부분 이렇다.
“그 사람도, 긴장하고 있었어요.”



말보다 태도, 의도보다 거리


식사를 거절하는 벨.
분노로 등을 돌리는 야수.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마치 자석처럼 튕겨나가는 순간들.


관계는 가까워지는 일이 아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멈춰서는 일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처음 만난 누군가 앞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누군가의 무뚝뚝함을 오해한 적은 없었나?

타인의 ‘성’ 앞에서 조용히 기다려본 적이 있나?



낯선 성 안에서 피어나는 조용한 감정


벨은 방을 걷고,
질문 없이 관찰하고,
화내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야수는 멀찍이서 지켜본다.
이 장면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다.


관계는
말로 시작되지 않는다.


시선으로,
거리로,
그리고 조용한 결심 하나로 시작된다.



그리고, 첫걸음


벨도 문을 열지 않았다.
야수도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의식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첫걸음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한 시작.


다음 편
“야수는 왜 싸워야 했을까?”
— 보호 본능, 약함의 용기, 그리고 ‘함께’라는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