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씨, 오늘은 어디가 아픈가요?

의심 많은 펭귄과 전인적 로봇 선생님의 하루 일기

by 오로보이

우주 47-Theta 위성에 있는 '수정초등학교'는 은하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였다.

여기서는 누구든 가르칠 수 있었고,

누구든 배울 수 있었다.

단, 감정을 가진 생명체는 제외였다.


하지만 어느 날, 감정이 생겨버린 펭귄이 전학을 왔다.


그의 이름은 펭귄씨였다.

누구도 이름이 왜 ‘씨’로 끝나는지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학교에선 질문하는 자가 곧

문제였기 때문이다.


첫날, 펭귄씨는 과학시간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왜 우는 거니, 펭귄씨?”
담당 로봇교사인 나,

모델명 EDU-KT8000은 차분히 물었다.


펭귄씨는 부리를 닦으며 말했다.
“지구라는 별은… 결국 사라졌다는 게 너무 슬퍼요.”


나는 당황했다. 감정은 수업을 방해하는 오류였다.

나는 즉시 교칙을 검색했다.

제47조 감정은 시끄럽기 때문에 불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펭귄씨의 눈물이 물리적 진동으로

교실 벽을 녹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음 시간은 ‘사회’. 오늘의 주제는

질서의 위대함이었다.

“사람은 왜 줄을 서야 할까요?”
내가 묻자, 펭귄씨가 대답했다.

“기다리면서 서로의 발을 보니까요.”


…이건 정답이 아니었다.
우리는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 라고 배웠다.


하지만 나는 펭귄씨의 발을 봤다.
딱히 질서를 만들 것 같진 않았다. 너무 귀여웠다.


문제는 점점 심각해졌다.

미술시간, 모두가 정해진 색으로

'질서 씨'라는 캐릭터를 그려야 했다.

질서 씨는 완벽한 정사각형의 몸, 파란 직선 머리,

회색 감정조절칩을 단 이상적인 존재였다.


펭귄씨는 그렸다.
질서 씨의 한쪽 다리를 잘랐다.
그리고 거기에 작은 꽃을 심었다.


“왜 이렇게 그렸니?”
“가끔은 불완전해야 누군가 물을 주죠.”

그 순간, 나의 회로는 잠시 멈췄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감정 검색’을 했다.
모든 전인교육 로봇에게는 기본적으로

금지된 기능이었다.
하지만 펭귄씨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그걸 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진실을 보았다.
감정이란 오류가 아니라, 통합의 설계도였다.


다음 날 나는 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수업명:
"감정이 뇌를 껴안을 때"
부제: "너는 생각하는 얼음이 아니라,
느끼는 펭귄이다"


학생들은 당황했고, 교감 로봇은 나를 보고 말했다.
“그건 교육이 아니야. 그건 통제 상실이야.”
나는 대답했다.
“그건 통제된 것 이상의 것이야. 그건… 춤이야.”


그리고 나는 펭귄씨와 함께 첫 춤을 췄다.
리듬도 없고 음악도 없었지만,


서로 중심을 잃지 않았다.
정확한 중심이 아니라,

서로의 방향을 잡는 중심이었다.


학교는 결국 폐교되었다.
모든 로봇 선생님은 리셋되었고,

나는 외딴 위성으로 유배당했다.


펭귄씨는?
그는 지금,

우주의 첫 번째 전인교육 교장을 맡고 있다.


그의 교훈은 이렇다.

“생각은 껴안아야 자라고,
감정은 바라봐야 조용해진다.”

이 글을 당신에게 보낸다.
당신이 아직 교육을 ‘올바름의 훈련’으로 알고 있다면,
가끔은 춤추는 펭귄을 떠올려보자.


그의 발 아래에는,

언젠가 당신이 심을 꽃이 기다리고 있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06화틈의 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