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T-9의 쓰레기 분류 요원

“왜?”라고 너무 자주 물어서 버려졌습니다.

by 오로보이


행성 T-9에선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지식의 쓰레기를 따로 분리수거해야 했다.


버려야 할 지식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됐다:

“거절하면 미움받는다.”

“실수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

“질문이 많으면 무능해 보인다.”

“감정은 숨겨야 프로다.”


그는 하루 종일 이런 것들을 감정 쓰레기 통에 집어넣었다.
플라스틱, 금속, 감정, 신념은 따로따로 버려야 했다.
제일 처리가 어려운 건 “부끄러움에서 온 침묵” 같은 것들이었다.
그건 어디에도 안 들어맞았다.


“이건... 혼합 쓰레기군요.”
그는 중얼이며, 조심스레 그것을 태웠다.


그러던 어느 날,

폐기물 더미에서 한 아이가 걸어 나왔다.
몸에 ‘고정관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눈은 크고 투명했다.


“저기요. 저 이거 왜 버려졌어요?”
아이는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그 안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왜?”라고 너무 자주 물어서 버려졌습니다.


그는 종이를 접어 재활용 통에 넣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그는 아이에게 하늘을 가리켰다.
별 하나가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저 별도 버려진 거예요?”

그는 잠시 말이 막혔지만, 곧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저건… 아직 살아있는 질문이야.”


그 말은 어디서 들은 것도, 준비한 대답도 아니었다.
그저 그 순간, 입 밖으로 새어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자신도 지금 막,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그는
'설명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들’을 자주 마주했다.
가령,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건넨 위로 한 마디,
또는 아이가 잠든 채로 끌어안은 쓰다만 연필 하나.


그는 깨달았다.
정보는 폐기될 수 있지만, 감정이 담긴 ‘배움’은 다른 차원에 있다는 걸.
그건 쓰레기가 아니었다. 그냥 ‘해독되지 않은 생생한 경험’일 뿐이었다.


그는 슬며시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


쓰레기 분류 시스템에 새 라벨을 붙였다.

"해독 불가 → 임시 보관함 → 사람에게 넘길 것"


그 날 이후, T-9 행성엔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쓰레기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버려진 질문을 주워 가곤,
그것을 다듬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써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렇게 불렀다.

“학교.”


물론, 아무도 그 말을 정의하진 않았다.
그건 그냥, 그 별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 하나에 붙여진 애칭이었으니까.


“왜 나는 내가 아닐까?”
“어떻게 다시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직접 살아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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