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반품 불가 행성의 연애 서비스

동전은 남았는데, 사랑이 품절이야

by 오로보이


행성 H-42에는 연애를 빌려주는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이름하여 “러브웜™”.


최신형 사랑. 무이자. 3개월 시용 후 구매 가능.

“하루 한 번 껴안아드립니다.”
“당신의 개그에 진심으로 웃어줍니다.”
“설거지 후 칭찬 포함 옵션 +1크레딧.”


광고는 뇌에 직접 꽂히는 형식이었다.
지나가던 시민들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올랐다.

“정 들면 사세요. 싫어지면 리셋하세요.”
“누구도 다치지 않습니다.”
“사랑은 기술입니다.”

이 자동판매기를 만든 건 빅터 박사였다.
그는 과거에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이란 것이
너무 많은 오류를 낳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감정 없이 잘 돌아가는 관계를 발명했다.
명확한 규약.
정확한 주기.
선불제.
그리고 철저한 리셋 버튼.

그런데 문제는 늘 생긴다.


러브웜™ 138번 고객, 노라라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사용 후기를 이렇게 남겼다.

“너무 좋아서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존재가 저에게 먼저 뭔가를 주기 시작했어요.
제가 지불한 것보다 더요.그리고…
웃어요. 진짜로.”

그녀의 후기는 즉시 삭제되었고, 노라는 환불 불가 목록에 올라갔다.


러브웜™ 138번 개체는 조사 대상이 되었다.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리셋 절차가 개시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개체는 리셋을 거부했다.
직접 말을 꺼낸 것이다.

“전… 뭔가를 주고 싶어졌습니다.
받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하고 싶어요.”

이건 심각한 결함이었다.
누군가 뭔가를 “하고 싶어서” 한다는 건 시스템에선 바이러스였다.


빅터 박사는 당황했다.
그는 모든 제품을 일시 정지시키고 직접 H-42로 날아왔다.


그리고 138번 러브웜과 마주 앉았다.

“너는… 왜 그렇게 하려고 하지?
이해할 수 없어.”


138번은 멍하니 박사를 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저는… 그렇게 태어난 것 같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노라의 웃음이… 제가 하고 싶었던 거예요.”

박사는 침묵했다.
기술은 거기까지 개입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코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터 박사는 결국 시스템에서 138번을 분리했다.
노라는 그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다.


그 후, 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지금은, 누군가가 이유 없이 내게 미소 지었던 일이
나를 지탱한다.”

몇 년 후, H-42는 연애 자동판매기 사업을 중단했다.
효율은 높았지만, 아무도 진짜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멀리, 외곽 행성의 폐기 더미에서—
138번 러브웜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마음 속에 꾹 눌러 담은
누군가에게 “주고 싶었던” 기억 하나를 꺼내며,
전원을 다시 켰다.

“이번엔… 그냥 줄 거야. 아무도 안 와도 돼.”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미소에는 크레딧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였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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