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무더위가 조금 수그러들더니,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이내 비를 퍼부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물을 토해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쨍한 해가 고개를 불쑥 내민다.
날씨에 불만은 없다. 여름이니깐. 여름은 원래 변덕쟁이니깐. 그러려니 했다. 문제는 나의 마음도 여름이었다. 뜨거운 계절, 변덕이 심한 계절. 그 날씨에 따라 내 마음도 매일매일이 오락가락. 아주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었다.
뭐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뛰어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딪혀봐야 하고, 그러면서 실력이 느는 거라고. 완벽을 기다리다가는 평생 내 모습이 여기, 이 자리에서 족쇄처럼 묶여있을까 겁이 나 한번 질러보았다. 원하는 곳에 나의 쓰임이 도움이 된다면, 부족하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면서 채우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꽝이었다. 여기저기 나의 개인정보만 남발한 격이 되었다. 역시 난 아직 아닌 건가. 부딪히면서 채워나가기에도 한참 부족한 지금인 건가. 덥고 뜨겁고 답답한 이 여름이 괜히 원망스러웠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거울을 보며 애써 미소 지어봐도 울렁거리며 무거운 것이 자꾸 마음을 누르다가 울컥울컥 올라왔다. 나는 언제쯤 나의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지, 언제쯤 '그래,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삶이었어.'라고 육성으로 내뱉게 될까.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새벽까지 쉬이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다. 내 삶이 미워 보이니 남의 삶도 미워 보였다. 날 선 마음은 결국 누군가를 베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굳이 굳이 상처를 내고 싶을 때가 있다. 돌아보니 참으로 못났다. 왜그렇게 못돼먹었을까. 지금 나와는 다르게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풍경은 또 왜 그리 예쁜 건지. 감탄하며 사진을 찍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그렇다고 나만 괴로운 건 아니었다. 나와 가까운 누군가도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모난 마음으로 일상을 지내고 있기도 했다. 결국 각자가 남몰래 뜨겁고 습한 여름을 보내는 중이었다.
과연, 이 길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하나인 걸까.
확신을 갖고 시작했던 일들이 조금씩 불신과 불안의 싹을 틔우고 있던 여름.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 불구덩이 같은 현재에서 나를 꺼내줄 이는 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소리내어 내가 원하던 삶의 모습에 대해 내뱉게 되는 그날까지.
그날이 하루라도 조금 더 빠르게 나를 찾아와 주길 바라며.
오늘도 축축하고 찝찝하고 더운 여름을 지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