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항해하는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의 개성이 물씬 풍기는 닻 하나를 올리지 못했다.
그저 바다 위를 표류하는 중이다.
방향을 정하고 항해를 시작해도 번번이 배는 흔들렸다.
항해를 시작할 때 내 몸 하나를 겨우 실은 배의 크기가 어떠했는지,
그 배의 형태는 어떠했는지,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실을지 생각도 하지 않고.
냅다 바다 위로 나갔다.
누구는 헤맨 만큼 내 땅이라고도 하고,
방황한 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든다고도 한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하루에도 몇 번씩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이런 사색에 잠길 시간에 '더 더 더'
그냥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시간도 모자랄 텐데.
자꾸 나약한 숨을 입 밖으로 내뱉는 자신이 못 견디게 한심하기도 하고.
'어딘가 가겠지.'
'어떻게든 도착하겠지.'
꿈의 하루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이 이렇게도 외로운 여정이었구나,
그럼에도 잘 도착했네. 하는 날이 오겠지.
근데 또 생각해 보니
내가 이런 앓는 소리를 할 자격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다 부질없는 한 자 한 자 같고.
한없이 나약한 것 같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며, 채찍질도 해보며
나를 데리고 가는 길은 오늘도 쉽지 않다.
내일도 눈을 뜨겠지.
내일도 원하는 일을 위해 하루를 사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래며, 혹은 속이며 책을 펼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