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는 연습.

by Oroxiweol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그동안 거짓된 삶을 살아서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생각해 보면 가장 솔직하지 못한 대상은 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올라온 [흑백요리사]를 봤다. 다들 재밌다고 했지만 관심이 없어서 보지 않았던 시즌이었는데, 정말 우연히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요리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스토리가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음식도 굉장했지만 나는 다른 곳에 눈이 갔다. 요리를 대하는 태도,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도전, 애착. 이런 것들이 지금 그들을 그 자리에 있게 했다.

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도 새벽 시간, 밤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연구하는 사람, 개인의 취향을 넘어 그것으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사람, 자신이 선보인 요리에 후회 없이 당당한 사람, 오랜 시간을 홀로 싸워가며 묵묵히 내공을 다진 사람. 참가자들이 만든 요리에는 재료의 신선함과 맛뿐만 아니라 그들의 치열했던 시간과 노력, 눈물, 땀도 함께 들어 있는 거였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면 싫어하는 것을 소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기에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명확했다. 솔직해지자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한,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해 왔던 거다. 숨만 쉬어도 쉽지 않은 삶인데,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로 더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알면서 그 사실을 외면해 왔던 거다. 그러면서 말로는 떠든다. 나는 이걸 하고 싶은 사람이고, 이걸 준비 중인 사람이라고. 흑백 요리사에 나오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을 본 나는 말문이 막히고 너무 부끄러워졌다.

난 하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 멍청하고 찌질하게 소중한 젊은 이 시간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요리 프로그램을 본 그날 저녁, 잠이 오지 않았다. 뇌는 끊임없이 소란스러웠다. 노력이 두려워 다른 길은 없나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과거에 내가 보였고, 뭐 하나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지금의 내가 된 거다.


세상에서 어느 누구를 차별하지 않고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이라 했다. 그래서 죄지은 사람들이 감옥에 들어가 시간을 죽이는 형벌을 받는 거랬다. 공간만 감옥이 아니었을 뿐 그동안 나는 나에게 형벌을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뭐 하나 한 것이 없는 시간들은 아니었지만 냉정하게 내가 계속 외치던 원하던 일에 관해서는 그랬다.

나를 막은 자는 아무도 없었고, 넘어갈 수 없는 벽을 만든 건 자신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내가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당당한 일은 단 하나다.

근데 그에 상응하는, 상응을 넘어서 넘치는 노력을 하지 않아 여전히 당당하지 못한 나다.


20260103_140015.heic Photo by Oroxiweol.

그만 회피하고, 그만 돌아가자. 이제는 솔직하게 마주하고 넘어서자.

동기가 외적이든, 내적이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원하는 것이 있고,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면 되는 거다.

제발 솔직해지자. 나에게 벌을 주지 말자.




금요일 연재